주류 언론의 한계, 소셜뉴스가 파고든다

자본과 권력에서 자유로운 분산형 미디어… 속보성과 정확성 앞서

 

트위터가 한국에 소개된 건 지난해 이맘때부터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건 반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최근 1년 사이에 한국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 온갖 잡다한 정보가 넘쳐나고 언뜻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바야흐로 ‘소셜뉴스’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주류 언론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훨씬 더 역동적이고 더 정확하고 발 빠른, 전혀 다른 뉴스의 생산과 소비·유통 시스템이 등장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최근 6·2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거대한 민심의 이반이 있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여당이 압승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트위터에서 감지되는 여론은 달랐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부터 이른바 강부자 내각과 부자 감세, 노동을 배제하는 극단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4대강세종시 수정안으로 이어지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성난 민심을 주류 언론은 읽지 못했다.

종합편성채널에 목을 맨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낙하산 사장이 장악한 KBS와 MBC를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끊이지 않았다. 선거 이틀 전부터 뜨거운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졌던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언론은 이미 선거가 끝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지만 상당수 누리꾼들은 투표율을 조금만 높여도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선거법에 따라 언론은 선거 당일 6시 이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트위터에서는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먼저 나돌았다.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먼저 흘러나오기도 했다. 오후 들어 투표율이 급증한 것도 트위터의 역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70만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들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국내 최대의 광고주인 삼성을 의식해서 이 책을 외면했고 심지어 진보성향의 한겨레조차 이 책의 광고를 거부했다. 경향신문은 이 책을 다룬 칼럼을 누락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삼성은 유독 트위터 때문에 여러 차례 곤혹을 치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집단 백혈병 의혹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했지만 트위터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홍보 담당자가 트위터를 통해 공식 해명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가 사실은 구매행렬이 아니라 공짜 경품행사였다는 사실이 한 누리꾼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싼 주류 언론과 트위터의 분위기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대부분 언론이 정부 발표를 일방적으로 인용하는데 그쳤지만 트위터에서는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민중의 소리와 프레시안 등 일부 인터넷 신문의 기사가 반복해서 링크되면서 여론을 주도했다. 한 누리꾼이 천안함 절단면에서 깨지지 않은 형광등이 발견됐다고 지적하자 순식간에 수십만 명이 이를 읽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란 부정선거 사태와 7월
중국 위구르 유혈사태도 트위터가 언론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언론이 전면 통제된 상황이었지만 트위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3월 미국 덴버에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불시착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건 이 비행기의 탑승객이었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남역삼동 강남파이낸스타워에서 화재가 났을 때 트위터 속보가 연합뉴스보다 1시간 이상 빨랐다.

주류 언론이 트위터를 인용해서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트위터에 떠도는 소문을 정부와
기업이 공식 해명하는 경우도 있다. 언론 보도에 뜨기 전에 트위터에 먼저 속보가 뜨는 경우도 있고 정부 부처에 보도 유예 요청이 걸려 있는 사안이 트위터에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제 취재원들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트위터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세상이 됐다. 매체(媒體)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변화의 이면에는 첫째,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과, 둘째,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 셋째, 소통에 대한 욕망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비슷비슷한 뉴스가 넘쳐나는 가운데 트위터는 뉴스를 필터링하고 뉴스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합하는 역할을 한다. 독자들은 이제 보여주는 대로 보지 않고 중요한 직접 골라서 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트위터 덕분에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거의 안 보게 됐다는 누리꾼들도 부쩍 늘어났다.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넘어 소셜 뉴스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힘은 주류 언론이 주지 못한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좌뇌와 우뇌 외에 외뇌가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바야흐로 대중이 직접 의제 설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