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가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결의하자 김시곤 국장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김시곤 국장은 4일 사내게시판에 공식 입장을 올려 “기자협회가 지난달 30일 뉴스9 편집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 편집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기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KBS 기자협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은 사실”이라는 TV조선의 단독 보도를 톱뉴스로 두 꼭지나 인용 보도한데 반발하며 지난 2일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의결했다.

그러나 김시곤 국장은 “종편보도라고 해도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라고 판단되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중앙 언론사들이 인용 보도할 만큼 뉴스가치가 매우 높아서 톱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뉴스가치가 매우 높다는 이유에 따라 다른 매체의 취재나 보도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서 보도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으며 심지어 KBS 뉴스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전례가 있다”면서 “따라서 종편보도를 받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진보매체의 보도는 받아도 되지만 보수우파 매체의 보도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도 이번 인용보도를 하면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고 자괴감도 들었다. 물을 먹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 매체 보도를 받지 않을 수 없고 그 이후 후속조치로는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기자들이 타매체 보도를 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고 있다. 그리고 받더라도 소극적으로 받자고 주장했는데 왜 적극적으로 정직하게 받았느냐고 보도국장을 질책하고 있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물먹었으면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번엔 물먹었지만 다음에는 이번 건을 능가하는 특종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자들이 이번에 처참하게 물을 먹은 것과 관련해 보도국장에게 포괄적인 지휘책임을 묻는다면 저는 얼마든지 수긍하겠다”면서 “그런데 기자들이 물먹은 것을 왜 적극적으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면서 신임을 묻겠다 한다면 이것은 잘못돼도 심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규 어디에도 평기자들이 보도국장을 평가 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며 “임의단체인 기자협회가 어떠한 근거도 없이 보도국장을 평가함으로써 조직의 근간을 흔든다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시곤 국장의 강경한 입장에 기자들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KBS전국기자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기자협회는 임의단체이고 보도국장인 나를 평가할 수 없다고 겁박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선 기자들과 소통을 하고 KBS 뉴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만일 이번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간과한다면 더 많은 기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기협은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궁금한 사항이라면 그 소스가 어디에서 나왔든 간에 그걸 인용해 보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쳤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MBC나 SBS 모두 ‘가정부 폭로’ 아이템을 톱이 아닌 5번째 순서로 채 전총장의 반론을 포함해 한 꼭지만을 다룬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다수의 기자들이 MBC나 SBS의 편집 방향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보도본부 수뇌부는 기자적 양심을 걸고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라”고 밝혔다.

또한 “그간 국정원 사건이나 촛불집회, 삼성 자녀특례입학 부정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소극적인 편집으로 일관해 일선 기자들의 반발을 사놓고, 이번 채 전 총장 사건은 진실 여부를 놓고 당사자 간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인데도 타사의 보도를 검증도 없이 재방송 수준으로 보도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임이 분명하다”며 “특히 그 과정에서 해당 출입기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오로지 편집권이 간부들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휘두른 데 대해 진정 후배들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점의 차이도 상식과 정도에 부합해야만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스스로의 오류에 빠진 자만과 확신으로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시청자들에 대한 큰 결례이고 KBS 뉴스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