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에 "왜 밥 같이 안먹냐" '왕따론' 제기,
노조 복귀투쟁 지침 놓고 노사 양측 신경전

"왕따냐 아니면 이간질이냐"

MBC 노조가 업무 복귀 후 내린 투쟁 지침을 두고 경영진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정작 구성원들의 이간질을 시키고 있는 경영진들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떼를 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MBC 경영진은 23일 '이것이 언론인이 할 일인가?'라는 제목의 특보를 통해 "함께 취재를 나간 기자와 촬영팀이 식사를 같이 하지 않거나 중간에 헤어져서 따로 들어오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면서 "공정방송, 공정보도를 내세우며 파업에 나섰다가 170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언론인들이 보인 행동들"이라며 조합원들이 대체 인력을 왕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칠게 말하면 ‘밥 한 끼 같이 먹지 않은 것’은 파업 대체 인력들이 조합원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앞서 MBC 노조는 전 조합원은 회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일절 거부하고, 김재철 체제의 부역자들과 업무상 관계만 유지하기로 복귀 투쟁 지침을 정한 바 있다.

MBC 경영진은 이같은 투쟁 지침을 지적하면서 "부역자 운운하는 조항은 MBC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는 이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MBC 노조는 한마디로 불법 파업 기간에 채용된 동료들을 집단 왕따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약 그들(대체 인력)이 없었다면 MBC는 시간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파행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부역자들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시청률 제고에 기여해준 시청자들은 부역자들이 만든 방송에 도움을 준 부역자들의 부역자들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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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MBC 노조는 구성원들의 분열을 노리고 공정방송 투쟁을 봉쇄하려는 여론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특히 MBC 경영진이 '건강한 일터 만들기 상담실'이란 기구를 개설한 것을 두고 "구성원 이간과 분열책동의 신호탄"이라며 "건강한 일터가 아니라 구성원 서로가 반목질시하고 믿지 못하게 만들어 MBC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한 일터 만들기 상담실은 MBC 경영진이 노조 업무 복귀 이후 신설한 기구로 현재 인사시스템 좌측 하단에 배치된 배너를 클릭하면 "직장 질서를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배격하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상담과 제안, 제보를 받는다"라는 안내 문구를 볼 수 있다.

MBC 노조는 "대대적인 보복 인사를 통해 눈에 가시와도 같았던 조합원들을 원래의 소속 부문 밖으로 강제 전출시킨 뒤에도 공정방송 쟁취 투쟁의 열기가 식지 않자 파업 기간 극비리에 펼쳐왔던 사찰과 정보수집 활동을 이제는 대놓고 수행하겠다며 악랄한 수법으로 조합원 협박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MBC 노조는 특히 악성 보직 간부가 주재하는 회식과 식사, 커피 브레이크 등 사적 대화의 공간도 "김재철 세력의 생존과 연명을 위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중상모략 책동의 주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MBC 노조는 경영진들이 제기한 왕따론에 대해 "사실상의 대체인력인 시용 경력직의 입을 통해 조합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게 함으로써 파업 조합원들의 도덕성을 매도하려는 비방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며 경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