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30. 금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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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뉴스개편(9월 16일) 한 달 만인 14일 보도에서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이날 <NEWS9> 첫머리에서 손석희 앵커(보도부문 사장)는 “삼성그룹은 그동안 무노조 경영, 즉 노조가 없어도 될 정도의 경영을 실현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그런 빛 뒤에는 무노조 전략이 갖는 그늘도 있어왔다”며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을 집중보도했다. 

JTBC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11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토대로 삼성전자 등 노조가 없는 19개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에 주력하고, 노조가 있는 8개사에 대해선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해산을 추진하라는 지침 등을 공개했다. JTBC는 “문제 인력을 분류해 밀착 관리하고 비위 사실을 채증 해 노조 가담 시 징계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은 시장권력의 정점에 있다. 오늘날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는 삼성의 변화 없이 어렵다”고 말하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정감사에서 삼성 최고위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하거나 별도 청문회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를 두고 조국 서울대 교수는 “손석희의 뉴스가 삼성 백혈병 문제에 이어 삼성의 노조무력화 문건을 보도했다. 공영방송 KBS, MBC는 도대체 뭘 하는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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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JTBC 뉴스9 화면.  

 

시청자는 JTBC뉴스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뉴스에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에 삼성전자와 정부의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를 알리는 진정 서한을 제출했다는 뉴스를 다뤘다. 또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단 된 <천안함프로젝트>를 다루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인 제이콘텐트리가 지분의 절반가량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번 보도는 작정하고 무노조 전략을 비판한 것이어서 이전 보도와 차별성을 띈다. JTBC의 한 기자는 “기자들도 어제 저녁에서야 알았다. 용감하다. 놀랍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 역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실에서도 이번 보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할 정도다. 흡사 ‘JTBC=삼성방송’이라는 언론운동계의 지적을 비웃는 보도였다.

JTBC 보도국 고위관계자는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부에선 긍정적이다. 손 사장 오면서 당당하게 보도하자는 입장이다. 팩트가 있으면 보도하자는 태도다. 이번 보도에서도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내용이 믿을만한지만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과정에서 삼성측이 (문건을) 만든 게 맞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이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JTBC가 ‘대주주’의 심기를 거스르는 보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JTBC는 종편 4사 가운데 투자액이 가장 큰 만큼 적자폭이 제일 크다. 시청률도 4사 가운데 최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 국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


현재 JTBC의 강점은 예능·드라마·보도시사의 고른 편성인데, 이것만으로 재승인을 담보하긴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프레임 ‘공정보도’다. 채널A·TV조선이 ‘5·18 왜곡방송’으로 비판을 받는 사이 보도공정성면에서 우위를 점하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최소한 야당에게 어려움을 겪을 여지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삼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에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득도 있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온다. 이와 관련 경쟁사인 보수 성향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무노조 경영 사안은 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나온 내용이다. 삼성을 확실하게 비판하려 했다면 노조탄압용 협박·감금 등 더 심각한 사안에 대해 다뤘어야 했다”며 이번 보도가 생색내기 또는 마케팅 차원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계 일각에선 이번 삼성 비판 보도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의도적 ‘방조’의 결과라는 분석도 일부 있다. 중앙일보 지분 관계의 정리, 삼성의 후계구도 본격화 등의 조건 속에서 삼성으로부터 홍 회장이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꾀하는 일단의 흐름이 이 같은 보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손석희 사장이 몇몇 인터뷰에서 “삼성 문제를 다룰 것”이라 공언했지만 JTBC내부에서 홍회장이 이와 관련해 손사장에게 어떤 지시나 언급도 없었다는 게 내부관계자의 전언이다.

JTBC 보도국 관계자는 “현재 JTBC 보도의 무게중심은 손 사장에게 있다. 지금껏 홍 회장이 손 사장에게 (특정보도를) 적극적으로 주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손석희 사장 또한 몇몇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윗선의 보도 간섭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보도로 인해 손석희 사장의 ‘도전’은 더욱 언론계의 이목을 끌게 됐다. 그것이 수년간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인정받아온 손석희의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던, 홍석현 사장의 전략적 판단 하에서 가능했던 것이든 손 사장의 도전은 최근 공영방송사와 다른 종편의 뉴스 흐름과는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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