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토요일 밤 9시40분-10시30분) ‘방송연기’ 파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와 KBS PD협회(회장 홍진표)가 방송연기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저널 그날> PD들이 22일 오후 성명을 발표했다. KBS본부는 이번 <역사저널 그날> ‘방송 연기’와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와 관련해 23일 오후 1시30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역사저널 그날> PD들은 성명에서 “의욕을 가지고 오랜 동안 준비해 온 새로운 역사 토크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의 첫 방송이 실질적으로 불방 처리됐다”면서 “전례 없는 조치를 내리면서 국장이 문제를 삼은 것은 패널 중 한 명인 주진오 교수였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21일 오후 기획제작국장은 이미 녹화해 놓은 1회 방송분의 무기한 연기, 22일 녹화가 예정돼 있던 2회분의 제작 중단, 새로운 아이템과 패널 교체를 통해 1회 방송을 다시 녹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역사저널 그날> PD들은 “국장이 내건 논리는 ‘주진오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있으니 지금은 그 방송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주진오 교수가 교학사의 뉴라이트 국사교과서에 대응하는 7개 교과서 저자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고 지적했다. 
     
PD들은 “하지만 이런 이유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주진오 교수가 아니라 교학사의 국사 교과서와 그 저자인 이명희 교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제작진은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은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적 역사관과 사실 관계 오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학자로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비판을 한 것이 방송에 나올 수 없는 이유가 되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1, 2회에서 다루는 고종, 흥선대원군 등의 내용은 역사교과서 논란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저널 그날> PD들은 “주진오 교수는 지난 목요일 회사가 배포한 개편설명회 자료에도 패널로 나와 있다”면서 “주진오 교수가 패널이라는 사실은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돼 회사에서도 이미 충분히 인지한 사실이었고, 교과서 논쟁은 그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아무 말이 없던 사측이 녹화까지 마친 시점에 갑자기 패널을 문제 삼는 것은 그 사이에 어떤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겪은 제작진의 심정은 정말로 참담하다”면서 “제작 자율성, KBS 역사프로그램의 자부심, 선후배로서 서로간의 신뢰 등 오랫동안 소중히 생각해 왔던 가치들이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힘들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순식간에 날라가는 현실을 보면서 정말로 KBS가 프로그램을, 컨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고 밝혔다.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납득할 수 없는 근거에 기반한 국장의 지시는 부당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면서 “이 같은 부당한 지시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는 제작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화성 행차를 다룬 ‘의궤, 8일간의 축제’를 주제로 녹화를 진행, 오는 26일 방송할 예정이다. KBS 한 관계자는 “주진오 교수는 패널에서 빠진 상태”라면서 “나머지 패널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6일 첫 방송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