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을 맞이해 부정관권선거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권에 의해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경찰은 철도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무리한 작전을 전개해 민주노총이 입주하고 있는 경향신문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경찰은 건물의 유리문을 박살내고, 내부 철문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사람들을 향해 최루액을 난사했다. 기자들의 출입은 제한받으며 마찰이 빚어졌고, 곳곳에 물이 흘러내리고 신문사 건물은 누전의 위험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아수라장’이었다

 

경향신문사측에 따르면, 신문사측은 예기치 못할 불상사가 날 수 있음을 우려해 건물 내 경찰의 진입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경찰은 영장을 집행하기 전 사전에 통보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신문사측의 동의도 받지않고, 통보약속도 어기고 일방적으로 건물을 점거했으며, 하루 종일 체포작전을 벌인 탓에 신문제작까지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권이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내를 드러낸 일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한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사건 후 드러난 여러 증거와 정황은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성역없는 ‘법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경찰의 이번 작전은 수배자를 잡지도 못하고 ‘불법’논란까지 제기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실패한 작전이었다. 무엇보다 작전에 앞서 경찰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는 점에서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작전이었다. 경찰 스스로가 이미 이번 작전은 ‘압수수색’ 영장이란 법적요건이 필요한 작전이었음을 사전에 판단했음에도 달랑 수배자들에 대한 ‘체포영장’만 가지고, 언론사 건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강행했다. 이는 경찰의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윗선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독자적 작전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통상적으로 청와대에 작전사실을 사전통보했다고 밝혔다. 표현은 ‘통보’라고 했지만, 보고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한 권부 핵심관계자들의 지시를 구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사건 바로 다음날인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칙’을 말하며, 경찰의 작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도 ‘언론자유침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언론사 건물을 상대로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사후 발생할 ‘리스크’ 요인들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작전을 감행한 것을 보면, 청와대측이 작전으로 인해 신문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든 말든, 언론탄압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막가파’식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박근혜 정권의 비판적 언론사에 대한 탄압 행위는 비단 ‘경향신문사’뿐이 아니다. 지난 19일에는 여권추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가 손석희 뉴스로 알려진 JTBC 뉴스9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와 관련한 뉴스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다른 종편사의 정치방송에 대한 징계수위를 비교해보면 JTBC 뉴스에 대한 중징계가 왜 비판적 언론사에 대한 ‘언론탄압’인지 알 수 있다. 심의의 형평성조차 고려하지 않는 정치 심의가 비판적 언론사에 대한 ‘재갈물리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들 사건들은 단지 일부 비판적 언론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판적 언론사들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탄압 조치들은 얼마 남아있지 않은 한국언론계 전체의 ‘권력감시견제’ 역량을 약화시키려는 행위이다. 이미 공영방송들의 권력비판기능이 거의 ‘거세’되는 등 총량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언론계의 권력비판역량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현실을 언론계 종사자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언론탄압사건들에 대해 언론계 종사자들이 연대의 정신으로 공동 대응해 나가며, 한국언론계의‘권력감시역량’을  복원하는언론민주화운동에 적극동참하기를

기대한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