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여전히 미디어가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꽃뱀’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룰 땐 CCTV와 일러스트 등을 통해 선정적으로 화면을 구성해 여성을 차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12일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모니터링 결과 발표 및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에 의뢰해 6개월간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편 4개 채널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과 여성 살인사건, 스포츠 보도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윤소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방송사가 지나치게 연예인 성폭력 범죄를 보도하며 ‘꽃뱀 신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언론이 ‘박유천 사건’을 다루며 박 씨가 들렀던 유흥업소에 방이 17개가 있다는 등 사건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언론의 관음증적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CCTV와 일러스트를 이용한 선정적인 보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사무국장은 “모니터링 결과물 중 61건의 보도에서 삽화나 상황 재연으로 지나치게 상세한 사건을 서술하고 장면을 보여줬다”며 “피해자와 가족 등이 떠올리기 싫은 순간임에도 이를 보여주는 것은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 보도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났다. 윤정주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은 선수가 아닌 ‘엄마’와 ‘주부’로 묘사될 때가 많다”며 “실력보다 외모, 나이를 강조해 여성은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매체는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획득한 김소희 선수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김 선수를 ‘스포츠 선수’가 아닌 ‘소녀’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남자 축구의 경우 신태용 감독에 대해 열정적이고 믿음직하다며 ‘형님 리더십’으로 표현한 것에 비해, 여자 골프의 박세리 감독은 숙소에서 세세한 것을 챙겨주는 ‘엄마 리더십’으로 표현하는 등, 성차별적 요소들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윤 소장은 “여성을 지칭하는 ‘요정’, ‘진주’, ‘낭자’ 등 여성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단어가 별명으로 붙는다”며 “미국 기계체조 선수인 바이스는 여자 흑인이라는 이유로 ‘흑진주’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선 ▲선수 기량 중심으로 보도 ▲여성선수의 경우 결혼 유무, 남편·남자친구 등 사생활 보도 자제 ▲여성 선수들의 기량과 무관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별칭 지어 부르지 말 것 ▲외모와 나이 강조한 보도 금지 등의 스포츠 중계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윤 소장은 "방송의 성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이드라인 제정도 중요하지만 기자 개개인이 이를 숙지하고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인권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권 교육이 기자 직무 교육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