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 비서관 명예훼손 고소 건… 기사 출처 알아보려
ㆍ‘취재원 보호 원칙’ 무시… 경찰 “적법 절차 밟았다”


경찰이 청와대 현직 비서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 건을 조사하면서 취재기자의 휴대전화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화 내역을 통해 취재원을 알아내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예훼손이라는 수사 본질에서 벗어나 기사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취재기자의 개인정보 및 통화내역 등을 샅샅이 뒤진 것이다.

경찰의 이런 행위는 또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취재원 보호’ 원칙을 훼손하려 한 시도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일 경찰과 시사저널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청와대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시사저널 김지영 기자의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회사 직통전화 기록 등을 조회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8일 인터넷판을 통해 신 비서관이 KT, KB금융지주 등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신 비서관은 이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8월12일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3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의 통화내역 조회 사실은 해당 기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경찰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은 김 기자는 “경찰이 나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송수신 내역, 사무실 전화 통화 기록 및 통화 상대의 이름·나이·직업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통화내역 등을 조회한 기간은 7월 말부터 기사가 송고된 시점인 8월8일까지로 알려졌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모든 수사는 법원에서 통화내역 조회 영장을 발부받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고소인이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소인은 제보자를 밝히지 않아 이를 알아내기 위해 특정 기간의 통화내역을 조회했다”며 “카카오톡과 문자 송수신 내역도 조사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국 신문윤리강령은 “기자는 취재원의 안전이 위태롭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신원을 밝혀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명예훼손 여부는 그 기사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맞춰져야 한다”며 “통화내역 조회는 명예훼손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권력이 언론인의 정보를 수사한 것은 과잉수사이며, 언론·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들어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사례들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의미한다”며 “관계당국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체의 감시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주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31개 주가 이른바 ‘방패법’을 제정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취재원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