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가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언론인들의 동참이 시작됐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8일 모교인 고려대에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고려대 국어교육과(89학번)를 졸업한 이 부위원장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1995년 KBS 공채 기자로 입사한 그는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그렇게 모범 답안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저는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다”며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물으며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수구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소식만 전하고 있다”면서 “그곳이 제 일터인 언론 현장이어서, 제 동료들이 그곳에서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안녕하지 못해도 싸우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밉고 싫지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때론 멈추고 후진하지만 후퇴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의 길을 선택하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