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곧 끝나는 지역MBC 사장들이 광역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어 구성원들의 반발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장 교체 국면에서 “연임을 위한 성과 포장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목포·여수MBC 3사는 15일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광역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광역화추진단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3사는 이날 광주에서 5차 광역화 실무협의회를 가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광역화추진단 구성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3사는 공익성과 지역성 강화, 고용 보장과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원칙으로 광역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3사 노조는 광역화 추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화 추진을 기정사실화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기가 끝나가는 사장들이 자신의 다음 거취를 위해 ‘광역화 기초 다지기’라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경주 광주MBC 사장과 김성수 목포MBC 사장의 임기는 다음 달 끝난다.

3사의 광역화 논의는 앞서 지난해 10월경부터 시작됐다. 3사는 부장단을 중심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광역화 추진 논의를 진행해 왔다. 당초 사측은 광역화를 지역사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중장기 계획 차원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달 3사 사장단이 기자회견을 통한 공론화를 시도하면서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3사 노조의 반발과 만류로 무산됐으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는 언론 보도와 자사 뉴스 등을 통해 광역화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3사 노조는 “사장 연임을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15일 자사 ‘뉴스데스크’ 보도에 노조의 의견을 함께 반영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

3사 노조는 광역화 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성원들의 공감대조차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르익지 않은 합의안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복현 여수MBC지부장은 “임기가 끝나는 사장의 다음 거취를 위한 성과 보여주기 식이 되어선 안 된다”며 “신임 사장이 선임되고 조직이 안정된 이후에야 노조도 광역화 추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역화 논의가 더욱 급물살을 탄 곳은 강릉·삼척MBC다. 양사는 이미 지난 2012년 12월 구성원들의 반발 속에 통합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한 바 있다. 김종국 MBC 사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하며 임무혁 강릉·삼척MBC 사장을 1년 유임시켰다.

당초 삼척MBC 구성원들은 광역화 추진에 대해 반발이 거센 편이었다. 그러나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임무혁 강릉·삼척MBC 겸임 사장이 삼척을 제외한 채 강릉과 춘천MBC 광역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삼척MBC 구성원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결국 광역화에 대한 삼척MBC 내부의 여론 기류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김한광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광역화를 추진해놓고 다른 사장이 오면 어떻게 할 거냐”라며 무책임한 임기 말 광역화 속도 내기를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래서 사장들이 다음 자리를 위한 스펙 쌓기라는 의심을 하는 것”이라며 “노사가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견고한 틀을 가지고 광역화에 대해 이성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