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5일자 2면에 실린 '알림'의 모습.


한겨레, 25일자 지면 통해 알림

독자들 원인 파악 잘못… 중구난방 원칙 문제” 지적

한겨레가 대통령 부인의 호칭 표기를 ‘씨’에서 ‘여사’로 변경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정숙 여사에 대한 호칭이 논란이 됨에 따라 내부 기준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는 25일 2면의 ‘알림’을 통해 “1988년 창간 이후 유지해온 표기 원칙을 바꾸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의 요구와 질책, 시대의 흐름에 따른 대중의 언어 습관 변화 등을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라며 호칭 표기 변경을 알렸다.

또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씨’는 ‘사람의 성이나 이름에 붙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지만 많은 독자들께서 한겨레가 대통령 부인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에 마음 불편해하고 있다”며 “저희의 진의와 달리 한겨레가 독자들과 대립하고 불화하는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첫 번째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씨’는 사전적 의미와 달리 점차 존칭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권위주의적 표현이었던 ‘여사’의 쓰임새도 3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독자 여러분의 비판은 이런 언어 습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달라진 대중의 언어 습관 속에서 바람직한 언어문화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호칭을 변화한 것은 김 여사에 대한 호칭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0일 한겨레는 ‘김정숙씨, 민주당 의원 배우자들 초청해 청와대 오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독자들은 한겨레가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씨’로 표기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독자들은 과거 한겨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는 ‘씨’ 대신 ‘여사’라는 호칭을 표기한 기사를 찾아냈다. 또 ‘홍라희 여사’(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아키에 여사’(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인), ‘멜라이니 여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등 여러 ‘여사’ 호칭을 찾아내며 일관성 없는 표기법을 지적했다.

이에 한겨레는 대통령 부인의 호칭과 관련해 다각도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토론을 하는가 하면 독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겨레는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호칭을 ‘씨’에서 ‘여사’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겨레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겨레 독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한겨레가 논란에 대한 원인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독자들은 누구에겐 ‘여사’, 누구에겐 ‘씨’라는 원칙이 중구난방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오히려 모든 부인들에게 ‘씨’라는 호칭을 붙였으면 오히려 응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