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노조원들이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MBC 노조는지난 5년간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하고 부당전보와 징계를 당했다며 오는 24일부터 총파업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2017.8.23/뉴스1

전방위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이 23일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열린 MBC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치권력과 언론노조가 손잡고 물리력을 동원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MBC를 또 '노영방송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24일부터 엿새간 있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와 관련, "언론노조가 회사를 전면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이유는 한가지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정치권력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을 억지로 몰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최근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발언을 언급하면서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과거 광우병 보도와 한미 FT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대업 병풍 보도 등의 사례로 볼 때 시청자나 역사의 판단은 다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파업 투표에 앞서 이날 기준 소속 기자·PD·아나운서 등 350여명이 제작중단 또는 총파업을 결의해 사실상 총파업이 확정적이다. 김 사장은 "전면파업으로 확대될 경우 더 많은 프로그램의 제작 차질은 물론, 광고 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문화방송은 지금 파업을 외치고 있는 일부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만의 회사가 아니다"고 노조를 비난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두 12번의 파업을 할 때마다 MBC의 브랜드 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사장은 제작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보도국 등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향해 "국민과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방송을 위해 회사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도록 맡은 바 자리에서 함께 최선을 다 해보자"며 "특정 단체나 정치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 자율성과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2012년 파업 이후 부당전보 등으로 피해를 본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PD·아나운서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경영진을 집단 고소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PD·아나운서 등 모든 제작부서 조합원들이 현재 제작거부 중이거나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뉴스·시사 프로그램 일부가 결방 중인 가운데 '무한도전' 등 간판 예능프로그램 등에도 결방 사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움직임은 경영직군 및 이른바 '시용 기자'로 불린 경력기자들에게도 확산 중이다. 전날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 9명이 언론노조 MBC본부에 새로 가입하고 제작중단에 합류했다. 2012년 파업 뒤 보도국에 합류한 경력기자는 100여명으로 이 가운데 33명이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제작중단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