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공적 책임 중점심사사항 한 번 더 과락하면 재승인 거부” 
채널A “공정 보도 위반 진상조사 결과 중대 문제 드러나면 재승인 취소”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채널A의 방송사업을 조건부 재승인했다. 대신 엄격한 재승인 조건이 붙었다.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심사사항’(이하 공적책임)에서 210점 만점에 과반에 못 미치는 104.15점을 받으며 과락했던 TV조선의 경우 다음 심사에서 한 번 더 과락할 경우 재승인을 거부한다고 명시했다. 채널A는 검언유착 논란으로 번진 공정보도 위반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중대 문제가 드러나면 재승인을 취소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채널A와 TV조선의 재승인을 보류하며 엄격한 재승인 심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재승인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TV조선·채널A는 총점 1000점 중 각각 653.39점과 662.95점을 획득했다.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에 해당하는 공적책임이 과락을 맞았고, 이것만으로도 재승인 취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채널A는 심사 보류 이후 MBC 보도를 통해 협박취재·검언유착 등으로 불리는 공정보도 논란이 불거지며 재승인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 TV조선과 채널A
▲ TV조선과 채널A


방통위는 20일 전체회의에서 TV조선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과거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은 “TV조선은 이번 심사에서 총점 650점을 넘으며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중점 심사항목에서 과락을 받았지만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제재를 1년에 4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조건을 지켰다”며 “이번에는 조건부 재승인을 해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추천 안형환 상임위원은 “방송의 공정성이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심사항목인가”, “공정성 심사는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공정성 원칙은 과거 전파의 희소성 때문에 필요하다고 봤지만 지금처럼 다매체 시대에 공정성 조항은 매력이 떨어지고 시대의 변화도 반영하지 못한다. 정부 기구에 의해 공정성 문제가 악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형환 위원은 이어 “심사위원들은 공정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공정성은 양적 평가가 불가능하다. 정성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공정성 문제로 과락을 맞고 그것 때문에 한 언론사 문을 닫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 특히 공정성은 보도의 문제인데,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교양·오락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며 TV조선의 조건 없는 4년 재승인을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 추천 김창룡 상임위원은 “그동안 TV조선은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권언유착을 보여왔고 이번 총선에서도 막말의 독무대였다. TV조선은 늘 막말·편파방송의 중심에 있었다. 막말 정치인들의 낙선은 이들에게 마당을 깔아준 종편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기도 하다”며 TV조선의 재승인 취소를 주장했다.

김 위원은 “TV조선은 2013년 5·18민주화운동을 북한의 소행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지소미아 관련 한일분쟁에선 가짜뉴스를 생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승인 취소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을 넘었다. 많은 분의 공통된 요구는 재승인 취소”라고 주장하며 재승인 취소 여론은 “TV조선이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룡 위원은 “공적책임 사항 점수가 2014년 57%, 2017년 52%, 이번에는 50% 미만이었다. 2017년에는 총점마저 650점 이하였다. 이미 승인 취소가 됐어야 했지만 다시 기회를 주었고, 그럼에도 다시 과락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재승인 취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추천 허욱 위원은 “종편은 허가사업자다. 허가 근거는 결국 공익성”이라고 강조하며 “청문위원들이 지배구조 개선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TV조선은 관련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성 개선 의지가 미흡하기 때문에 재승인 거부가 합당하다고 했다. 재승인 심사위원들은 콘텐츠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보도 공정성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하며 “올해도 중점 심사항목 과락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번 심사에서 650점 미달 또는 중점심사항목 과락을 받을 경우 반드시 재승인을 거부하는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한 차례 정회 끝에 허욱 위원 안으로 의견을 모아 재승인을 의결했다. 3년 재승인을 하되, ‘중점심사사항 중 동일 항목에서 연속으로 과락 발생하거나 650점 미만으로 나오는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연간 오보·막말·편파 심의 제재 조건은 4건 이하에서 5건 이하로 변경됐다.



▲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 논란을 보도한 MBC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 논란을 보도한 MBC보도화면 갈무리.


과락이 없었던 채널A의 경우 최근 불거진 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 논란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를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취재윤리 부분은 방통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기자의 일탈인지 회사차원의 기획인지가 쟁점인데, 이 사건은 오랜 기자 생활 경험에 비춰볼 때 회사 차원으로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조건 부가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취재기자의 윤리문제를 가지고 방송의 인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일부 취재기자의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은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게이트키핑에 의해 기사는 나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조건을 달기 시작하면 어느 언론사가 버틸 수 있겠나. 보도 관련 부분 때문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면 교양 오락 분야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반면 김창룡 상임위원은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무형의 피해를 언론계 전체에 가져온 사건이다. 단순히 채널A 기자의 윤리문제로 한정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한 뒤 “지난 의견청취 자리에서조차 제대로 된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채널A 경영진의 문제를 지적하며 조건 부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허욱 상임위원 또한 “이번 공정 보도 위반사건은 협박취재 사건, 검언유착 사건 등 여러 관점이 존재한다. 의결서에 취재윤리 위반사건으로 적으면 사안을 축소 시켜 예단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 뒤 “공정보도 위반사건에서 경영진 개입이 밝혀지면 검찰개혁 무산·선거 개입 등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재승인 심사 전에 이 사건이 벌어졌다면 지금 (공적책임)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허 위원은 “채널A에 철회권 유보를 통해 재승인하는 것이 재승인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사건의 진실을 밝힐 때까지 기존 방송사업 기간을 연장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실체적 진실이 나올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논의 끝에 방통위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하는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기간은 4년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두 종편을 향해 “세 번째 재승인 심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종편PP 스스로 특허사업자인 걸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첫 번째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는 정부 여당 추천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만큼 논쟁적이었으나 결국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을 택했다. 이는 재승인 거부라는 선택지에 대한 ‘실익’ 여부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마련한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방송사가 방통위로부터 재승인 탈락 점수를 받아도 면허가 즉각 회수되지 않고 1년간 연장된다. 이는 시청자와 노동자 피해를 우려해 새 사업자 선정 및 사업권 이전, 고용 승계 등의 절차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승인에서 탈락한 종편은 1년간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고, 제1야당과 보수언론은 ‘언론자유탄압’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재승인에 탈락한 종편이 행정소송에 나서게 되는 경우 유례없는 재판에 따른 법적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판 결과 방통위가 패소할 경우 그 후폭풍은 ‘언론자유탄압’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재승인 탈락이라는 ‘모험’에 나서기보다 엄격한 조건부 재승인을 통한 공적 책임 견인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방통위로서는 향후 국정운영이 ‘언론탄압’이라는 소모적 정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