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인용해 지상파 라디오 ‘친親민주당’ 비판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 (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


조선일보가 김어준·김용민·최욱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을 정면 겨냥했다. 특히 최욱씨의 경우 8개월 전 일까지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최씨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 패널로 매회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기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연일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라디오 진행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 11일자 조선일보 1면.
▲ 1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10일 발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결과를 인용하며 라디오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의 숙의성이 낮아 정부 비판적 논조를 가지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려주는 정론적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라디오 시사프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옹호’ 혹은 ‘정부 대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김제동·김어준·주진우·김용민이 대거 TV 및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진출하며 이번 정부에서도 방송의 공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라디오 시사프로는 대체로 모든 시기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으며, 현 정부 들어 권력 옹호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자유한국당(새누리당) 비판=민주당 지지’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조사한 측면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편향성 지수가 –1.4로 현 정부에 가장 우호적이었고, 지금은 폐지된 SBS ‘김용민의 정치쇼’가 –0.57로 두 번째로 우호적이었다. 역시 지금은 폐지된 tbs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KBS ‘최강시사’가 각각 –0.22로 나타났으며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0.13로,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0.08로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2017년 10월24일 SBS ‘김용민의 정치쇼’에선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고가시계 논란 보도를 청탁했던 뉴스를 언급하며 “우리가 세금내서 만든 국정원이 당신들 장난치는 장난감으로 보였나? 용서할 수 없다”는 진행자 김용민씨의 멘트가 나갔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 대목을 진행자의 편향성 사례로 들었다. 명백히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을 비판한 뒤 곧바로 국정원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발언을 정부편향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경우 2018년 4월9일 친박 집회의 극우성향을 언급하며 김어준씨가 “이 집회는 이상하게 남의 나라 성조기를 든다. 일본과 위안부를 문제 삼지도 않는다. 보호무역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 극우랑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는데 역시 보고서에선 정부여당 우호적 멘트로 분류됐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2017년 8월2일 문재인정부의 고소득자 증세안 세법개정에 대해 “결국엔 부자들 눈치 보는 거죠?”라고 지적했는데 이 대목은 야권에 우호적 멘트로 분류됐다. 그러나 해당 발언들을 일률적으로 여권 또는 야권 유리로 보기는 어렵다.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멘트일수도 있고,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밝힌 발언도 존재할 수 있어서다.  


또한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비판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보고서 주장대로 프로그램이 편향 됐을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조사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과 동일시점에서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관련)인 출연자도 173명 중 91명이 더불어민주당, 51명이 자유한국당, 31명이 기타 정당으로 나타났는데 52.6%의 여당의원 출연 비율을 두고 편파라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조사의 한계에도 보고서를 인용해보자면 진행자 편향성 지수에선 MBC ‘세계는 우리는’, SBS ‘김용민의 정치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가 민주당 지지 성향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어 “모든 방송사들의 민주당 지지 성향은 정부 시기별로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방송사 출연자의 민주당 지지 성향 역시 정부 시기별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를 두고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대목에선 이번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위치’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학계에서 새누리당 성향의 교수로 분류된 바 있고 박근혜정부 때 여당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맡았다. 윤석민 교수는 이날 조선일보에 “지상파 시사 프로의 공정성이 정치권력 향배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고, 박근혜 정부 때 눌려 있던 친민주당 성향이 문정부에서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그럼에도 해당 보고서에는 유의미한 대목도 있다. 보고서는 “박근혜정부 시기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여야 갈등이 있는 아이템을 포함한 논쟁 사안을 유의미하게 많이 다루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KBS ‘최강시사’, SBS ‘김용민의 정치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논쟁적 아이템을 월등히 많이 다뤘다. 논쟁적 이슈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자유가 확대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용민의 정치쇼’는 강하게 정부 변호적이다”였다. 조선일보는 이 대목을 확대하며 주파수를 맞췄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고서를 1면과 5면에서 인용보도하며 “최욱, 전화연결 초등생에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더 나빠?’”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의 ‘자질 논란’ 프레임도 꺼냈다.


이 신문은 김어준·김용민·주진우·최욱 등을 팟캐스트 출신으로 명명하며 “팟캐스트 출신이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팟캐스트에 익숙해 지상파에서도 욕설과 음담패설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된 사례는 2017년 11월 김어준씨가 방송 도중 “X신”이라고 말한 것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팟캐스트 진행 때 발언 또는 과거 인터넷방송에서의 발언이었다. 


▲ 11일자 조선일보 5면.
▲ 11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KBS ‘김용민 라이브’ 진행자 김용민씨의 경우 ‘김일성은 김일성 주석,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정희라고 지칭’한 경우를 ‘물의’ 발언으로 지적했으나 김용민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 중 김일성이라고 한 적도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반박한 뒤 “지상파 라디오에서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도 ‘김용민 라이브’ 오프닝 멘트에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비판(1월28일), 문재인 대통령 수소에너지 정책 비판(1월17일), 문 대통령 예비타당성 면제 비판(1월10일) 대목을 언급하며 자신을 무조건 정부옹호론자로 묘사한 조선일보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성인용 팟캐스트 ‘불금쇼’를 진행하고 있는 최욱도 MBC라디오에서 개그맨 안영미와 함께 ‘에헤라디오’라는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프로는 작년 6월 초등학생과 전화 연결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고 학생이 ‘나쁜 사람’이라고 하자 ‘아이들의 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박 전 대통령이랑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나쁘냐’고 재차 묻고 ‘박근혜’라는 답이 나오자 또다시 박장대소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고 보도했다. 최욱씨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자신을 “조선일보의 미운털”이라 소개할 정도로 매회 조선일보 비판을 담당하고 있다. 갑자기 8개월 전 해프닝까지 찾아내 비판 보도를 한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