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들은 파업으로부터 복귀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러 ‘부침’을 겪고 있다. 파업 당시 채용인력과의 갈등, 주요 업무에서의 배제, 보직 간부들과의 마찰 및 징계 등이 지속되고 있다. MBC 아나운서국 역시 분위기가 무겁긴 마찬가지다. 동료 아나운서들의 퇴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아나운서는 아직까지도 업무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은 3월 법원의 원직복귀 판결과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점차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파업 복귀 직후 사회공헌실과 미래전략실, 용인드라미아개발단 등 업무와 전혀 무관한 비제작부서에 배치됐거나 ‘신천교육대’로 불리는 교육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70일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아나운서들의 경우, 업무 배제와 복귀의 경계선에 서 있다고 볼 만큼 완전히 업무에 복귀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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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개시에 앞서 사진 기자들을 위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스포츠 하이라이트>와 <퀴즈쇼 레인보우> 등의 각종 교양 프로그램을 맡았던 김완태 아나운서의 경우 더빙과 중계 등을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진 못하다.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와 <MBC 이브닝 뉴스> 등을 진행했던 최현정 아나운서도 내레이션 등을 통해 간간이 모습을 내비칠 뿐이다. 최근 실내 무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몇 차례의 중계를 맡고 있는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파업에 참가한 김소영 아나운서가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해 입사한 김 아나운서에게 진행을 맡긴 건 공정 인사가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타 아나운서들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뒷말이 나왔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역시 ‘외부인’에게 맡기는 추세다. 올해 편성된 주말 예능 <아빠 어디가>는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씨가,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는 KBS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 씨가 맡고 있다. 전현무 씨는 김성주, 오상진, 서현진 등 MBC 간판 아나운서들이 주로 진행을 맡아 온 <굿모닝 FM> 진행도 맡게 된다.     
 
전혀 일을 맡지 못하고 있는 아나운서들 역시 적지 않다. 김상도, 박경추, 신동진, 최율미 아나운서 등이 이런 케이스다. 이들 모두 각종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했던 베테랑급 아나운서들이었다. 
 
MBC 아나운서들은 자신들이 처한 답답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말하기 곤란하다,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며 속내를 쉽사리 털어놓지 않았다. 1여년에 걸쳐 보복 인사와 징계가 이뤄졌고, 김재철 전 사장 밑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간부들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 등이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다만 어렵게 입을 연 아나운서들은 “일을 못 맡는 건 능력이 부족한 탓 아니겠는가”라며 씁쓸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거나 “업무에 완전히 복귀시키기 않으면서 ‘업무배제’라는 말만 못나오게 하려고 더빙이나 중계 같은 일 하나씩 맡기는 것 같다”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아나운서는 동료들의 퇴사에 대해 “기나긴 파업이 없었다면 글쎄,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나경은 아나운서 같은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파업 후유증이 해소되지 않은 아나운서국의 분위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나경은 전 아나운서는 육아에 전념한다면 퇴사했다. 앞서 파업의 아이콘이었던 오상진·문지애 전 아나운서가 MBC를 떠난 뒤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아나운서국 내에서는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란 낙관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를 백안시하는 사내 분위기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른 아나운서는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복귀한 것도 아닌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9월 개편을 앞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아나운서국 차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의 완전한 복귀를 위해서는 편성제작 본부와 경영진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