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언론은 ‘무엇’을 ‘가짜뉴스’로 지목했나 < 사회 < 금준경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창간기획]
윤석열 정부 1년 신문 사설 분석
민주당발 가짜뉴스 비판 64건, 정부여당은 5건
“가짜뉴스” vs “과잉대응”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논조 엇갈려

‘가짜뉴스’ 문제에도 언론의 정파성이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짜뉴스’를 언급한 신문 사설 153건(2022년 5월10일~2023년 5월4일, 빅카인즈 제휴 27개 신문사 대상)을 분석해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의 논조를 살폈다.

다수 신문에서 민주당발 허위정보와 음모론에 주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정부여당에서 제기한 허위정보나 음모론은 크게 주목 받지 않았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은 언론 성향에 따라 프레임이 양분됐다.

1년 간 사설 언급 ‘가짜뉴스’ , ‘민주당발’ 집중

신문이 사설을 통해 지목한 ‘가짜뉴스’ 사례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상위 10건의 ‘가짜뉴스’ 중 9건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내용이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가짜뉴스’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41건으로 나타났다. 

▲ 153건의 사설이 지목한 '가짜뉴스'(중복 포함) 상위 10건. 대부분이 민주당 또는 야권이 제기했던 사례였다. 
▲ 153건의 사설이 지목한 '가짜뉴스'(중복 포함) 상위 10건. 대부분이 민주당 또는 야권이 제기했던 사례였다. 

이어 천공 관저 이전 개입 의혹(15건), 세월호 참사·천안함 사건·김건희 여사 사진연출 의혹(각각 9건), 일광횟집 친일 의혹·사드 관련 의혹(각각 7건), 이태원 참사 정부책임론·광우병 관련·5·18민주화운동 관련(각각 6건) 순이다. 

정치권이 제기한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사설은 69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민주당발 가짜뉴스’에 비판이 쏠렸다. 민주당 유포 가짜뉴스에 비판적 견해를 담은 사설은 64건에 달한 반면 정부여당 유포 가짜뉴스에 비판적 견해를 담은 사설은 5건에 그쳤다. 

5건에 그친 정부여당발 ‘가짜뉴스’에 비판적 사설은 ‘극우 유튜버’와 국민의힘의 동행을 비판하는 내용 2건(국민일보·문화일보 각각 1건)과 여당 인사가 연루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가짜뉴스’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사설 3건(한겨레 2건·매일경제 1건)이다. 

▲ 153건의 사설 가운데 정치권 유포 가짜뉴스에 비판적인 사례. 가짜뉴스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특정 정당을 비판한 사례만 취합했다. 
▲ 153건의 사설 가운데 정치권 유포 가짜뉴스에 비판적인 사례. 가짜뉴스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특정 정당을 비판한 사례만 취합했다. 

신문이 사설을 통해 지목한 ‘가짜뉴스 유포자’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제기했던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의혹을 제기한 언론 더탐사에 대한 비판도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사진 연출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9건), ‘뉴스공장’을 통해 여러 논란이 된 발언을 했던 김어준 진행자(8건),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의원(6건) 순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내정돼 과거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법 위반 유죄 전력이 다시 주목 받은 최민희 전 의원(5건)이 뒤를 이었다.

조선일보, 김의겸 비판 사설 한 달에 5회 게재

‘가짜뉴스’ 언급 사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쓴 신문은 조선일보(27건)다. 특히 조선일보 사설은 민주당에 공세적 경향이 두드러졌다. 민주당발 ‘가짜뉴스’에 비판적 사설 수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화일보(10건), 매일경제(9건), 매일신문(5건), 중앙일보·서울신문(4건), 국민일보·세계일보(3건) 순이다.

조선일보 사설 가운데 11건이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다섯차례에 걸쳐 김의겸 의원을 비판했다. 폭스뉴스 1조 원 배상 사건,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건에도 ‘김의겸 의원’을 거론했다.

”김의겸 의원의 대통령과 법무장관 ‘청담동 술자리’ 주장은 완전한 가짜 뉴스로 드러났지만, 오히려 후원금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2023.04.28. 조선일보)

“김의겸 의원은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등 수차례 허위 주장을 하고도 처벌을 피했다.”(2023.04.24. 조선일보) 

“‘대통령·법무장관의 청담동 술자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명백한 허위로 판명됐으나 괴담 유포자들은 아무런 사죄도 않고 있다.”(2023.04.21.조선일보)

“민주당은 그동안 숱한 ‘가짜 뉴스’ ‘괴담’을 만들고 퍼날랐지만 제대로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명백하게 허위로 판명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2023.04.18. 조선일보)

“친일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협업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생산해낸 매체다.”(2023.04.10. 조선일보)

반면 정부여당발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조선일보 사설은 없었다.

청담동·천공 관저개입·김건희 연출 의혹 프레임 격돌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청담동 의혹’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 ‘김건희 연출사진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한 대응을 촉구했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은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오히려 과잉대응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 외에도 다수 보수신문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 비판 사설을 냈다. <거짓으로 드러난 술자리 괴담, 민주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매일경제) <첼리스트 거짓말에 올라탔던 김의겸 의원과 민주당>(중앙일보) <날조 확인된 청담동 술자리  첫 유포 김의겸 책임 물어야>(문화일보) <‘윤 대통령 한 장관 술자리 의혹’ 거짓으로, 첫 유포 김의겸 책임져야> (매일신문)> <美 폭스뉴스 1兆 배상 '가짜뉴스 생산' 유튜버 김의겸 보고 있나>(한국경제) 등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지 않고 정부의 과잉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지난해 12월28일 <한동훈이 고발한 ‘더탐사’ 구속영장, 언론 위축 우려된다> 사설을 통해 “취재 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기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언론의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8일 사설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 등을 경찰에 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냈다. 역시 적절하지 않다“며 “‘이해충돌’에 가깝다”고 했다. 

천공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12일 <‘천공 공관 방문’도 가짜 뉴스, 처벌 없고 이익 되니 끝나지 않는 것>(조선일보) 사설을 내고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지난해 12월9일 매일신문도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저질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경박한 사회가 돼 버렸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이 사안에 대해 한겨레는 지난 2월5일 <기자까지 고발한 대통령실, ‘입막음 으름장’ 지나치다> 사설을 통해 “완벽한 확인을 하기 전까진 ‘의혹’ 제기도 해선 안 된다는 건 맞지 않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에 제대로 해명은 않고, 덮어놓고 고발부터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한겨레는 2월2일 사설을 통해선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사진 연출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의원을 고발하자 보수신문은 장경태 의원을 비판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조명 사용 여부 같은 지엽적 사안이 논란이 된 데는 김 여사 행보의 불투명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듯한 행태야말로 국익 훼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 역시 지난해 12월6일 사설에서 “발단은 김 여사의 불투명한 단독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실이 먼저 할 일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는 것이지, 고발 남발이 아니다”라고 했다. 

‘세월호’ ‘천안함’ 강조하면서도 ‘개표부정’ 음모론 외면

사설에서 언급 빈도가 높은 10대 ‘가짜뉴스’ 사례로 최근 5년 내 사건이 아닌 ‘세월호 참사’ ‘천안함 사건’ ‘사드 배치’ 관련 의혹이 꼽힌 점도 특징이다.

이는 ‘가짜뉴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과거 사례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대통령 공관 방문, 국정 개입설, 미국 대통령 방한 개입 등 천공 관련 뉴스들이 가짜로 드러났는데도 유포자들은 사과 한마디 없다. 세월호, 천안함 괴담도 이런 식”(한국경제 사설)이라고 언급하는 식이다.

반면 보수신문은 보수정당 일각과 일부 보수·극우세력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과거 사례인 ‘5·18북한군 개입설’ ‘선거 개표부정 음모론’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및 음모론’ 등 사례 언급이 적어 선택적 언급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가 개표기 업체에 1조 원을 배상하기로 한 판결을 다룬 사설에서도 선택적 언급 경향이 나타났다.


<가짜뉴스 美 폭스사 1조원 배상, 남의 나라 일 아니다>(세계일보)
<美 폭스뉴스 1兆 배상 '가짜뉴스 생산' 유튜버 김의겸 보고 있나>(한국경제)
<美폭스 가짜뉴스로 1조 배상,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세상>(매일경제)
<폭스뉴스의 1조 원짜리 가짜 뉴스, 우리도 강력히 책임 물어야>(매일신문)
<가짜뉴스로 1조원 물게 된 폭스뉴스, 남 일 아니다>(헤럴드경제)

이들 신문은 폭스뉴스의 사례를 전하며 한국 사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일광횟집 친일 의혹, 광우병,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 사드 배치 등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모두 야권을 겨냥한 내용이다. 

이 같은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폭스뉴스 사건은 ‘방송에서 진행자가 패널의 ‘가짜뉴스’를 방치해 벌어진 문제’이자 ‘개표 부정을 다룬 허위정보’였다. 전자의 측면을 보면 TV조선과 채널A의 5·18 북한군 침투설 보도와 유사한 면이 있고, 후자의 측면을 보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장해온 개표 부정과 유사하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의 개표 부정 음모론은 현재진행형인데도 보수신문 사설에선 ‘가짜뉴스’ 사례로 언급하지 않았다. 황교안 전 대표는 202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경선에 이어 2023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도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월 ‘부정선거 3주기’를 주장하는 주장선관위 규탄 집회에서 발언까지 했다.

정권 따라 ‘가짜뉴스 대응’ 입장 바뀐 언론은?

언론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일부 신문은 문재인 정부 때는 ‘가짜뉴스 대응’에 반대 입장을 낸 반면 현 정부 들어선 ‘규제론’에 힘 싣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당시인 2018년 10월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어떤 언론이든 오보를 할 수 있고 국회의원이 잘못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권력이 언론의 오보나 국회의원의 사실 오인을 처음부터 조작한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면 언론 자유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다른 사설에선 “남의 허물 들추기엔 무섭도록 집요한 사람들이 자기 잘못이 드러나면 ‘가짜 뉴스’라고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2019년 8월14일엔 가짜뉴스를 비판하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어려운 경제 실상을 말하면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지금 누가 말하는 것이 가짜 뉴스인가”라며 반발했다. 

한국경제는 2018년 10월10일 “문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가려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며 “무조건 가짜뉴스의 단속과 처벌만 강화할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보수신문의 태도는 달라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10일 사설에선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과 포털, 소셜미디어 등 유포 채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4월12일 사설에서도 “가짜뉴스 퍼뜨리기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것은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사실 확인을 않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퍼뜨린 사람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 역시 4월21일 사설에서 ‘허위 뉴스 생산과 유포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언급하며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의 논조도 달라졌다. 2018년 10월18일 서울신문은 “(가짜뉴스 판별은) 무 자르듯 명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자칫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섣부른 제재와 처벌 강화는 경계하는 게 옳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난 4월11일 서울신문은 “가짜뉴스 생산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까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문재인 정부 때(위)와 윤석열 정부(아래)의 가짜뉴스 관련 사설 제목
▲ 문재인 정부 때(위)와 윤석열 정부(아래)의 가짜뉴스 관련 사설 제목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문재인 정부 때와 윤석열 정부 때 모두 ‘가짜뉴스’ 규제에 따른 우려를 사설에 담았다.

경향신문은 5월4일 사설에서 “정부는 요즘 들어 언론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려 들고 있다”며 “권력자가 비판언론 입을 다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0월2일 사설에도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16일 사설에선 “공론장의 여과 기능을 통한 자율규제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한겨레 역시 현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을 비판했고, 앞선 2018년 10월16일 <‘가짜뉴스’ 대응 나선 정부, 표현 자유는 훼손 말아야> 사설을 통해 “처벌만으로 가짜뉴스를 없애기는 힘들다는 점을 정책 당국은 잊지 말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일보는 2022년 9월27일 사설에서 “가짜뉴스로 돌려 대통령 실언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여권의 태도”를 비판하며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시지 또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0월3일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단속 강화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언론은 ‘무엇’을 ‘가짜뉴스’로 지목했나 < 사회 < 금준경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