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 신문업계의 최대 화두는 콘텐츠 유료화다. 매일경제가 2일 첫 깃발을 들었고 조선일보도 이달 안에 유료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고 한국경제와 중앙일보 등도 유료화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뉴스 섹션에서 유료 콘텐츠를 분리, 언론사들에 수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2일 매경e신문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구독료는 월 1만5000원. 1년 구독을 해도 18만원으로 할인은 없다. 종이신문과 함께 구독할 경우는 월 2만원이다.

매경e신문의 메뉴는 네 가지다. 첫째, 매일경제 종이신문의 지면보기 서비스와 둘째, 매경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담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스페셜 리포트 등의 심층 콘텐츠, 셋째, 자본시장 지표와 투자정보를 담은 레이더M, 넷째, 12만개 기업의 재무제표와 기업 정보를 담은 매경회사연감 등이다. 매경 프리미엄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쓰는 ‘청와대로 1번지로’, 부동산 부장이 쓰는 ‘부동산 플러스’, 등단한 시인인 문화부장이 쓰는 ‘인문학 스캔들’ 등 40여개의 고정칼럼이 연재된다.

매일경제는 유료화 콘텐츠를 전담하는 프리미엄부를 신설하고 홍기영 부장을 비롯해 기자 3명에 지원인력 2명, 총 5명을 배치했다. 프리미엄부는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콘텐츠를 가공하고 유료 콘텐츠 가공을 지원하고 편집국과 소통·중계 역할을 맡는 부서 성격이다.

그러나 시행 이틀째 업계 반응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존에 있던 콘텐츠를 긁어 모으고 지불장벽을 친 수준에 그쳤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많다.

한 일간지 기자는 “전혀 참신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콘텐츠는 네이버 등 포털에도 전송된 기사도 있다”면서 “결국 기업들에게 강매하는 모델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한 일간지 기자도 “인터넷에 널려있는 공짜 뉴스와 차별화가 관건인데 지금 이런 정도라면 나 같으면 돈을 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일경제는 기업회원을 따로 받고 있는데 구독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기업체 별로 가입 후 임직원 수에 맞게 아이디를 부여한다”는 방침인데 굳이 개인회원과 기업회원을 구분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매경e신문의 콘텐츠 수준은 일반 신문지면의 기사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인상적인 이미지나 그래픽도 보이지 않고 기사량이나 업데이트 횟수도 기존 일반 온라인 뉴스나 신문 지면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매경e신문이 매일경제의 뉴스 유료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수준 제고 등 획기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은 “‘프리미엄 콘텐츠로 유료화하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자가당착”이라면서 “애당초 독자들이 지갑을 기꺼이 열 만큼 괜찮은 콘텐츠를 갖고 있었거나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왜 진작 이런 훌륭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지 않았을까, 이건 기존 독자에 대한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편집장은 “지금부터 유·무료 콘텐츠를 분리해 제공하겠다면 그건 더욱 우습다”면서 “지금도 국내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은 굳이 프리미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데 굳이 유료와 무료 콘텐츠를 분리하겠다는 발상은 곧 무료 콘텐츠의 질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고 결국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3일 저녁 프리미엄 뉴스에 올라온 "류현진 신용카드 발급 거부당한 사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매일경제 온라인 톱기사로 올라있는 기사와 같은 기사다. 온라인에 공개된 기사를 유료 콘텐츠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정작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유료화 딜레마가 벌써부터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유료 독자와 다수의 무료 독자 사이에 줄타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매일경제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콘텐츠를 따로 분류하거나 기자수첩 스타일의 취재 뒷이야기와 정보 서비스 등을 묶어서 유료 구독을 유도하겠지만 구조적인 콘텐츠 혁신을 모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결국 앵벌이식 후원 모델로 가거나 기업강매 모델로 가거나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매일경제의 유료화 실험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매일경제 송정우 부장은 “아직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가 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온라인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