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기자가 백브리핑 요구하는 과정에서 취재 방식 항의… 민주당 출입기자 반장단, 공식 사과 요구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4일 백브리핑을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하니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출입기자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발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오전 정례 브리핑을 마친 이 대변인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여당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후보자가 민주당에 요청해 국회 본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내규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보도에 대해서였다. 통상 당대변인들은 공식 브리핑을 마친 뒤 회견장 앞에서 백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을 진행한다.

양측 입장과 당시 상황 녹취에 따르면 MBN 소속 A기자가 회의장 이용 관련 질문을 던지자 이 대변인은 방송 출연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A기자는 떠나는 이 대변인에게 질문을 이어갔고 같은 방송사 소속 카메라가 당시 상황을 촬영했다.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연합뉴스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연합뉴스


이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낸 책임은 어떻게 질 건가. 그렇게 변죽 울리는 방식에 협조하고 야당 스피커가 되면서 ‘볼펜이 일제’니 그런 거 집착할 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볼펜 논란은 뉴데일리의 2일자 기사 등으로 알려졌다. A기자가 “그 말씀을 여쭙는 게 아니다”라고 하자 이 대변인은 “조국 후보자 검증 관련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데 협조를 해야 변죽 울리기가 되지 않는다. 좀 반성하시라”며 “그런 방식으로 취재하지 말라고 조언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A기자가 다시 “유인태 총장님 말씀 때문에 질의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으나 이 대변인은 “오늘 자유한국당 황교안, 나경원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는지는 취재 하셨나. 사소한 변두리에 있는 것들로 국민 시선 돌리지 마시란 얘기”라며 A기자에게 “스스로 보도한 기사에 자신이 있느냐”고 거듭 물었다. A기자는 이 대변인에게 방송이 끝난 뒤 돌아오면 다시 입장을 말해달라고 했고, 실랑이 끝에 이 대변인이 “이렇게까지 하니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출입기자 반장단은 이날 △이 대변인 공식 사과 △당 차원 재발방지대책 등을 요구했다. 반장단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 제대로된 답변 대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취재 행태를 비판하며 훈계조의 발언으로 일관했다”며 “당 입장을 설명해야 할 당 대변인이 출입 기자들을 힐난하고, 취재방식까지 도넘게 비난하는 것은 물론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현장 취재기자들은 물론 국회 출입기자들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 주장했다.

반장단은 이어 “정론관 브리핑을 마친 국회의원에게 백브리핑을 요청하는 것은 국회의 자연스런 취재 방식이다. 당시 취재기자들이 질의한 내용 또한 어제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과 오늘 오전 언론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는 여당 출입 기자고 당대변인은 언론 창구이지 않나. ‘기레기’라느니 ‘네 기사에 자신이 있냐’느니 이런 말을 왜 들어야 하는지, 기자들 전체에 평소 어떤 생각을 했기에 이런 말이 나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이미 기사가 다 나온 내용이었고 내가 도발적인 질문을 하거나 도발적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의원실에 숨어있던 것도 아니고 방송이 급하다고 하니 갔다 와서 당 입장을 전해주면 나가는 영상을 쓸 이유도 없다고 말했는데, (대변인이) ‘왜 얘기해야 하느냐’고 말한 것은 어느 출입처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 대변인이 뉴스 가치가 없다거나 촬영된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당시 방송이 너무 급해서 백브리핑을 못한다고 했고 뒤에서 카메라가 따라오면서 찍기에 ‘이렇게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 쫓아나와서 찍었다. 차량이 있는 곳까지 따라온 경우는 처음”이라며 “내가 논란의 당사자면 모르겠는데 왜 그런 화면을 잡아야 하냐는 거다. 따라오면서 질문을 하기에 ‘본질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 건 맞다. 뒤에서 질문 던지고 (내가) 나가는 장면을 찍으면 100퍼센트 회피하는 것처럼 찍히지 않겠나. 대변인하면서 이런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기자) 개인한테는 사과를 하지만 언론 전반에 대한 모욕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그런 취재 방식은 명백하게 ‘기레기’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비판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방식의 취재는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후 본인 페이스북에도 관련 입장을 올렸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에 “이유를 막론하고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대신 사과하겠다. 부적절한 표현을 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