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서한 직후 이사회서 첫 거론, 본격 검토키로… 이사들 “공영방송이 선제 해결해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이사회가 9일 MBC본사 쪽에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대전MBC의 채용 성차별 권고 사안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수의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방문진 12차 정기 이사회에서 김상균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들은 MBC본사 경영진에게 본사와 대전MBC가 조속하게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도록 촉구했다. 이사회는 대전MBC 채용 성차별과 인권위 권고를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대다수 이사가 “인권위가 채용 성차별을 해소할 것을 권고했고 타당하다고 보이는데 왜 수용하지 않느냐.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전원이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지난달 17일 대전MBC에 이른바 프리랜서로 채용된 유지은 아나운서가 낸 채용 성차별 진정을 두고 대전MBC와 대주주 MBC 본사에 문제 관행을 시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유 아나운서를 포함한 채용 성차별 피해자들을 정규직 전환하고, 불이익을 가한 데에도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MBC 본사에는 전국 지역계열사의 채용 성차별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대전MBC는 이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고, MBC 본사는 공식 답변을 하지 않던 차다. 대전MBC는 권고 직후 “동일 업무나 근로자 지위에 있어 법적 다툼 소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 관계자에 따르면 MBC본사 임원은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 ‘관련해 보고하겠다. 다만 대전MBC 경영권이 독립된 탓에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인권위가 MBC 본사에 실태 조사와 개선을 권고한 데에는 “고민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은 이날 MBC 올 하반기 업무보고만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전날인 8일 김 이사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해당 안건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대전MBC 성차별공대위는 서한에서 “대전MBC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고 대주주 MBC는 손 놓은 현실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며 “국민을 대표해 두 방송사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확보할 책임을 안은 방문진 이사회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MBC본사 측은 17일로 예정된 MBC 지역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한 뒤 이사회에 결과를 보고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24일 13회 정기 이사회에서 대전MBC 채용 성차별 관련 MBC본사 측 보고를 받고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