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tbs교통방송 독립법인 변경 허가 당시 상업광고 금지 
회의 당시 “공공성 저해 우려, 재정 상황 고려할 때 시급한 사안 아냐”



“TBS는 상업광고를 못 합니다. … 그러니까 오세훈 시장님께서 상업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그리고 삭감한다면 대환영이죠.”(11월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 발언) 서울시가 내년도 TBS 출연금을 전년 대비 3분의1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언론탄압’ 논란이 거세다. 그런데 TBS는 왜 상업광고를 못 할까. 최근의 논란에서 정작 뒤로 밀려나 있는 질문이다. 답은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 12월26일 전체회의 속기록에 있다.


이날 방통위는 tbs교통방송의 독립법인 변경을 허가했다. 서울시 사업소 성격에서 서울시 출연기관으로의 변화는 서울시로부터 독립을 위한 것이었지만 ‘반쪽’ 독립이었다. 당시 tbs는 서울특별시 출연금 의존율 경감을 위해 교통 FM의 방송광고 허가를 신청했지만 방통위는 ‘상업광고는 공공성 저해 등의 우려가 있고, 현재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급한 사안이 아니므로 현 단계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특별시 교통방송 변경허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허욱 상임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tbs가 현재 연간 예산 약 440억원 가운데 서울시 전입금이 375억 원이고, 협찬과 기타수익을 고려할 때 상업광고 허용이 재정 안정을 위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는 견해가 대다수였다”면서 “현재로서는 tbs FM의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되, 독립법인 전환 이후의 운영과 성과, 미디어 환경과 방송제도의 변화, 방송광고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암동 TBS 사옥. ⓒTBS
▲상암동 TBS 사옥. ⓒTBS


이 같은 결정에는 타 방송사의 반발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방통위는 “6개 라디오방송사가 방통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tbs교통방송에 상업광고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을 가진 TBS는 상업광고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로서는 상업광고 허용에 나설 경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방송사들의 반발 속에 독립법인화 작업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당시 전체회의에선 ‘상업광고 허용’ 여부가 쟁점이었다. 김석진 부위원장(자유한국당 추천)은 “서울시로부터 독립을 시키자는 취지로 이 법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서울시 산하기관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광고영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상당 부분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하게 되어 있다.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없는데 과연 독립된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부분이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볼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의 출연금 삭감을 비판할 논리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표철수 상임위원(국민의당 추천)도 “서울시로부터 재원을 지원받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지배구조가 담보될 수 있는지, 여기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속기록에 등장하는 방통위원장의 ‘소수의견’

주목할 장면은 당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발언이다. 한 위원장은 “저도 잠깐 의견을 보태고 싶은 것이, 독립적 지배구조 확립을 하라고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가장 큰 장애가 서울시로부터 재원의 거의 전부를 받고 있는 문제이지 않나”라며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의결주문에 ‘FM 방송광고는 허용하지 않는다, 추후 재검토한다’고 되어 있는데 추후 재검토를 구체화 시킬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예를 들어 1년 단위로 해서 뭔가 구체화 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어서 독립 요구를 계속 하면서 재원 문제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고민을 한다는 모습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개인적 의견으로 제시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표철수 상임위원은 “교통방송은 지상파다. 지상파에 별도 광고를 새로 하는 경우가 생기면 다른 사업자에게 굉장히 파장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김석진 부위원장 역시 “1년 이내라거나 1년 뒤에 검토한다거나 이런 시한을 두면 마치 그 이후에는 광고영업을 허가하는 쪽으로 맞춰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방송을 하는 법인 입장에서도 거기에 대비할 것이고, 또 다른 타 매체들, 지상파 다른 방송 매체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며 역시 반대 입장을 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저는 독립하라고 하면서 재원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이것이 공염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논의안건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허욱 상임위원이 “이 부분은 독립법인 전환 이후 필요시에 추진하고, 표철수 위원님 말씀하셨던 대로 방송광고제도 상황 전반을 보고 같이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정부 추천)이 당시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한상혁 위원장의 제안은 소수의견으로 속기록에만 남았다.

그리고 결국 ‘우려했던 일’은 일어났다. 방통위가 지금 국면을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면 TBS의 상업광고 허용 여부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 사실 칼자루는 서울시장도, 서울시의회도 아닌 방통위가 쥐고 있는 셈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