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조선일보, KBS 고액 출연료 비난 이어 고액 강연료 비난까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정용기 의원 막말, ‘김제동’으로 덮어  

김제동, 이명박정부 ‘블랙리스트’ 이후 매번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고난 



지난해 10월 방송인 김제동씨는 뜬금없는 ‘고액 출연료’ 비난을 받았다. KBS1TV ‘오늘밤 김제동’의 출연료가 비싸다는 것. 비난은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점화됐다. KBS에 불공정 시비를 걸고 싶었던 이들에게 김제동씨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당시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저널리즘의 공정성은 중립 코스프레보다 충분히 여러 견해를 다루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드러낼 수 있을 때 의미 있다”며 “김제동씨가 시사토크쇼 진행자로서 결격사유가 없는데 언론이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김제동씨에게 ‘고액 강연료’ 비난이 쏟아졌다. 역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점화됐다. 대전 대덕구가 청소년아카데미에 김씨를 초청하며 1550만 원을 책정한 게 발단이었다. 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이 지난 5일 “재정자립도가 16%로 열악한 대덕구가 김제동에게 높은 강연료를 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성명을 내며 이 일은 ‘논란’이 됐다.



▲ KBS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씨. ⓒKBS
▲ KBS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씨. ⓒKBS



불붙인 건 조선일보였다. 한현우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6일 칼럼에서 “개그맨 김제동이 15일 대전 한남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으로 1시간 30분 강연하고 155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한 시간에 1000만 원꼴”이라고 적은 뒤 “김제동은 시청률 2% 안팎의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하면서 월 5000만 원 넘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썼다.

한현우 논설위원은 “대덕구는 교육부에서 받은 국비로 강연료를 지출한다고 한다. KBS 출연료나 교육부 예산이나 모두 국민 세금”이라며 “김제동 기사에 달린 화난 댓글들에는 그런 정서가 반영돼 있다”고 썼다.

이어 “유튜브엔 김제동이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강연 영상이 넘쳐난다”고 덧붙인 뒤 “대전 대덕구가 김제동 강연을 여는 이유는 ‘역경을 견디고 성공한 인사의 경험담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강연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고 비꼬았다.

조선일보 칼럼은 김씨에게 “보잘것없는 ‘개그맨’이 단지 정부 편향 발언으로 환심을 사서 능력도 없는데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MC를 맡아 고액의 출연료·강연료를 받고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씌웠다.



▲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김제동씨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한 연예업계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학 축제 등 무대에서 가수들이 3곡 부르고 4000만~5000만 원을 챙기고, TV에 다수 출연한 유명 영화평론가도 강연 형식의 토크쇼 행사 1회당 1500만 원을 받는 게 현실”이라면서 “유명 아나운서에게 기업 행사 사회를 맡겨도 800만 원은 줘야 한다. 고액 강사료가 문제라면, 김제동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의 강연료나 행사 출연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2006년 최연소 KBS 연예대상 수상자 출신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200회 이상 해온 국내 최고의 베테랑 방송인이다. 그의 몸값은 그가 책정하지 않는다. 시세가 있는데 적게 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그는 받은 만큼 베풀어왔다. 김씨는 2006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1억 원을 기부했고 2007년에는 결손 가정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뽑혔다. 2010년 7월 MBC ‘환상의 짝궁’이 폐지될 때는 한부모 가정 어린이를 위한 ‘환상의 짝궁’ 기금을 만든 뒤 두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 해 12월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힘들어하던 연평도 주민을 위해 3000만 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1년 사랑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김씨는 결손 가정 어린이들에게 수년간 40억 원을 꾸준히 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그는 자신의 책 ‘김제동이 만나러갑니다’ 인세 7000만 원마저 아동 캠프 지원사업에 기부했다. 저소득 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체험과 교육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5년에는 아예 기부단체 ‘차카게살자’를 만들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료나 강연료를 받지 않은 행사, 그리고 강연료를 곧바로 기부했던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 김제동씨. ⓒ언론노조
▲ 김제동씨. ⓒ언론노조



김씨는 이 상황을 유머로 풀어내려 했다. 6일 ‘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씨는 조선일보 칼럼을 가리켜 “시청률이 2% 안팎이라고 했는데 어제 4.6%였고, 평균 4%이고 최고시청률은 6.5%였다”고 말한 뒤 “강의료를 받아서 자꾸 어디 쓰냐고 묻는다.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캠페인과 모교 대구 달성고에 5천만 원씩 합쳐서 1억 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사에 연예인이 저 하나다. 식구가 6명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읍소’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자체가 그렇게 행사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하필 이 지자체의 이 행사의 김제동 출연료만 문제 삼는 것도 황당한 일”이라고 적었다.

대전 대덕구 한국당 구의원들은 왜 갑자기 김제동씨 강연료로 시비를 걸었을까. 대덕구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다. 정용기 의원은 5월31일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는 막말을 내뱉었다. 바른미래당조차 “구제 불능의 막말 배설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막말은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으로 절묘하게 덮였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최근 지자체에 “김제동 초청 이력을 달라”는 공문을 보내 이 사안을 더 키울 모양새다.



▲ 김제동씨. ⓒ노컷뉴스
▲ 김제동씨. ⓒ노컷뉴스



정치권과 보수언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제동씨를 계속 정치면과 사회면으로 소환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블랙리스트’가 된 이후 김제동씨는 유명정치인 또는 고위공직자 이상의 ‘검증대상’이 됐다. 그의 사회적 언행이 갖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연예인은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일부 사회적 심리를 이용해 그를 흔들어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2016년 10월에도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2015년 방송에서 “군 장성 배우자 호칭을 잘못 불러 영창에 갔다왔다”고 한 말이 1년 뒤 뜬금없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불거졌고, 보수 성향의 종편은 며칠간 ‘김제동 영창’ 발언으로 뉴스를 채웠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가리기 위한 국면전환용이었다. 이윽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민단체가 군인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김씨를 고발했던 이 사건은 이듬해 3월 ‘각하’ 처리되며 허무하게 끝났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제 견해는 완벽하지 않고 틀렸을 수도 있지만 정권에 따라 바뀐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 섭외도 많이 들어왔지만 다 거절하고 이 프로그램(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을 수락했다. 미국에서도 30년 전 이러한 시도가 있었을 때 왜 코미디언이 뉴스를 하냐며 반대가 심했다. 잘 안되더라도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예계 ‘송곳’ 같은 존재인 김제동씨의 도전은 블랙 코미디 같은 현실 속에 고난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