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大 석사과정 100명 육성..신화통신.CCTV 등에 공급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서방 언론에 맞서 중국의 목소리를 대변할 `엘리트 기자'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베이징외국어대, 칭화대, 교통대, 런민대, 상하이 푸단대 등 중국 주요 5개 대학은 지난해 2년 과정의 언론학 석사과정에서 수학할 대학졸업생 20명씩을 선발했다.  

이들 5개 대학이 총 100명의 언론학 석사과정 학생들을 선발한 이유는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국제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전공한 엘리트 기자들을 육성, 신화통신, 중앙(CC)TV,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 등 관영매체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베이징외국어대 관계자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관영 매체들에 `맞춤형 인재'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대학원생들을 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푸단대 관계자는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해 일부 학부 졸업생들에게 전공을 바꿔 언론학을 공부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단대학측은 `맞춤형 교과과정'에 따라 영자지인 상하이 데일리와 국제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담당하는 상하이시 선전부 관리들을 강사로 초청해 학생들에게 강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엘리트 기자 양성 프로그램은 총 350억위안(6조원)에서 450억위안(7조7천억원)을 신화통신을 비롯한 관영매체에 투입해 국제사회에서 중국 언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해 1월초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신화통신, 관영 CC TV, 인민일보 등 3대 메이저 언론의 해외 취재망 확충 및 대외 영향력 강화를 위해 450억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신화통신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뉴스 전문 TV 방송인 '중국신화뉴스망(CNC)을 발족해 지난 1월 1일 정식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신화통신의 자회사인 CNC는 중국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오는 7월1일부터 영어 방송을 시작하고 향후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러시아어 방송도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이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TV 뉴스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로 불릴 정도로 강화된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문화적, 사상적, 정신적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영 TV방송인 CCTV가 아닌 뉴스통신사인 신화통신이 세계를 상대로 방송을 시작한 데는 국제 미디어무대에서 중국 매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라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직후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매체들에 국제무대에서의 역량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도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매체들이 국제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고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주문에 따라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도 지난해 뉴욕과 워싱턴에 사상 처음으로 특파원을 파견한데 이어 미국판을 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등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직후인 1997년 10월부터 홍콩판을 발행하고 있다.   장즈안(張志安) 푸단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관영 매체들의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은 2008년 3월 티베트 자치구 수도인 라싸(拉薩)에서 일어난 유혈 시위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중국 정부가 `엘리트 기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한 배경과 관련, "세계를 향해 중국을 더 잘 알리기 위해 중국은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수많은 언론인들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jj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09 11:22 송고

* 이 기사는 정재용특파원의 허락을 받고 퍼 온 글입니다. - 언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