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신문 합병 및 미디어렙 위기…"특별법 제·개정으로 지원해야"

지역언론의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개정과 함께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지역신문법 개정은 지역자치단체의 공고 및 광고를 우선지원대상사에 강제 할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구경북미디어공공성연대와 전국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가 25일 대구 영남일보사에서 주최한 '지역언론 살리기 대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했다. 국가는 지역민이 원하는 지역정보를 지역의 시각을 담은 지역매체를 통해 전달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 전제다. 신문은 인쇄매체로서 공적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갖고 있으며,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지원의 근거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올해 9월 만료되는 지역신문법의 개정은 지금이 최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문화부는 지역신문법 개정이 좌절되면 신문법 개정을 통해 언론진흥재단의 일개 사업으로 지역신문진흥사업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신문이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동의하게 된다면 지역신문 지원제도는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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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는 "지역신문에 몇 천만 원이나 1억 원 정도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지자체 공고료의 70% 정도를 제3의 기관에 위탁해 우선지원대상사에 강제 할당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지자체장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는 공고를 주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지자체 감시도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지자체가 중앙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기에 상위법에서 이를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지역신문이 거대신문의 병독지가 되고, 지역방송은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따른 자구책으로 키스테이션에 더욱 종속화 되는 것을 우려했다. 조 소장은 "거대신문이 지역신문 인수를 통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설정하고 거점지역의 지역신문을 인수해 병독지화'시켜 결합판매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거대신문의 병독지가 돼서 지역신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조 소장은 전망했다. 결합판매를 통한 부수확장이나 광고 수입 증대 가능성은 수지 타산 측면에서 밝지 않고, 오히려 지역성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이를 막을 수 없다면 편집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쪽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편집의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인수합병이 아닌 공동경영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예전에 거대신문이 지역신문 인수합병 의사를 내비치자 지역신문이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알게 됐다"며 조 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역방송과 관련해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는 지역방송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성과 관련한 방송법상 조항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데 그치고 있으며,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어디에서도 지역방송이나 지역성에 대한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2008년 8월 발족한 지역방송발전위원회나 2009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설치된 지역방송팀 역시 실질적인 활동이 없다는 점도 법 제정의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역방송협의회가 준비하고 있는 관련법의 주요 내용은 국가 및 지자체가 지역방송의 발전과 육성, 지원을 위해 법제, 재정, 금융상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방송통신 융합과 방송의 산업화 정책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지역방송사들의 피나는 노력이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지역방송의 광고제도 개선 등은 방송법과 방송법시행령의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특별법 제정과 별개로 모법과 시행령에 지역방송 생존에 필요한 각종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병철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의장은 "지역MBC가 19개나 있는데 서울MBC에 편성되는 프로그램 비율은 1%밖에 안 된다"며 "특별법이 단순히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게 아닌 지역방송 28개사를 콘텐츠 생산기지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병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연장되도록 다음 달 내에 어떻게든 처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천정배, 최문순 의원도 지역언론 살리기를 강조했다. 최문순 의원은 "지역언론을 위해 국회에서 힘껏 노력하겠다"며 "지역을 지역에 가두고 중앙집권 통제 아래 두는 이 폐쇄된 틀을 깨뜨리기 위한 지역민 스스로의 요구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