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건 KBS 보도본부장이 “KBS 뉴스가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고, 정권의 홍보방송이란 일방적 매도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도본부 기자들에게 밝혔다. 
 
임창건 본부장은 12일 보도본부 기자들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에서 “공영방송 KBS는 중간지대에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면서 “사실관계와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구분해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국장과 부장들의 의견을 모아 나름 원칙과 기준도 만들어 제시했지만 어느새 KBS는 ‘적’으로 분류돼 있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물론 KBS 보도가 100% 공정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실수도 있고 겸허히 반성해야할 대목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KBS 뉴스가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의견엔 동의할 수 없다. 정권의 홍보방송이란 일방적 매도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진영의 논리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이는 검찰의 조사와 기소과정에서 사실로 확실히 드러났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국기문란 사건이다. 그럼에도 국정원과 여당은 물 타기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고 여기에 KBS 등 일부 언론이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논리는 지난주 발표한 언론인 시국선언문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사실은 검찰 조사와 기소과정에서 확인됐지만 국정원이 특정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KBS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면서 “기소단계에서 선거법 적용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댓글의 성격과 법적인 의미에 대해선 추후 법원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듯 국정원의 국기문란이나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직은 성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KBS는 일방의 의견과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정권 편에 서서 국정원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난도 아무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창건 본부장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파적 이슈를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KBS에 입문한 지 30년이 다돼가는 저도 솔직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실과 주장을 구분해 팩트는 사실대로 충실히, 주장은 균형을 맞춰 보도한다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가치와 신념이 다른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줄 수 있는 유연함과 인내도 필요하다”면서 “진실에 좀 더 가깝다고 해도 일방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의 딜레마이자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지난 주 민주당 의원들이 KBS를 항의방문 한 것과 언론인 시국선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17명의 민주당 항의단이 몰려왔다. 내심 솔직한 대화를 원했지만 일방적 주장과 비난만 쏟아내고 돌아갔다”면서 “다음 날 언론인 시국선언문이 나왔다. 내용이나 주장은 민주당 쪽 얘기와 거의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은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 혼자서는 안 된다.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서로가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창건 본부장은 “우리 스스로 정파적 프레임에 갇혀서도 안 된다. 정면 돌파해야 한다”면서 “이전에도 그렇듯이 저는 앞으로도 정파적 갈등구조에 갇힌 이슈, 특히 국익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 대해선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제가 먼저 마음 문을 열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겠다”면서 “힘든 과정이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 나가면 그만큼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한 뉴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KBS 기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보도본부 한 기자는 “동의하는 주장도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보도본부장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담은 메일을 보내면서 소통을 시도한 부분은 평가해 줄 대목”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