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개정 후 지역언론 변화에 초미 관심

 

‘날치기’ 논란 속에서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무효’를 주장하며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이 골자인 미디어법 개정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들은 ‘미디어 빅뱅’으로 칭하며 앞으로의 변화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논조는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번 미디어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지역언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혼돈’속에서 지역언론은 어디로 갈 지 가늠해 본다.<편집자>

 

이번 미디어법 개정으로 언론시장에 닥쳐올 변화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종합편성채널의 신규 진입이 꼽힌다. 종편은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지상파인 KBS나 MBC와 마찬가지로 보도, 교양, 오락 등 모든 영역의 방송을 할 수 있다. 그 영향력은 기존 방송에 버금가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조선.중앙.동아 등 거대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한다면 종편을 통해 방송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편의 가시화와 함께 신문과 통신사의 상호 겸영금지가 폐지되면서 중앙 신문의 지방 신문 소유도 가능해지는 등 ‘대기업․신문․방송’이 결합된 복합미디어 매체 출현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광고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쳐지는 지역 언론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거대 신문들이 방송이나 지역언론까지 장악할 경우 여론 다양성의 위축을 불러오고, 대기업의 언론 진출은 자본의 논리에 언론이 지배당하는 상황으로 몰리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변화의 바람에 긴장하는 지역 방송

거대신문이나 대기업의 방송진출로 인해 기존 언론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의 중심에 MBC가 있다. 현 정부의 ‘1공영 多민영’ 기조에 따라 MBC의 민영화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된 미디어법에서 ‘지상파는 2012년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경영권을 유보한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반면에 지역 방송은 지분소유와 경영권 행사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지역MBC의 민영화가 시범적으로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MBC 경영 개선을 위해 지역MBC 지분 매각의 당위성이 부각될 경우 명분도 실리기 때문이다.

대전MBC의 경우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계룡건설의 인수 가능성이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 현재 (주)문화방송(MBC) 지분이 51%이고 계룡건설이 30%, 오성철강이 19%를 소유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사 인수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은 계룡건설이 대전MBC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언론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모 신문도 인수해 복합미디어그룹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한 신문사의 내부 보고망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계룡건설 윤건원 이사는 “대전MBC에 대한 지분 보유는 재무적 투자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며 “현재 미디어법 개정이나 대전MBC 지분 매각 등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MBC 관계자는 “계룡건설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51%를 MBC가 갖고 있어 현실적으로 경영참여는 요원할 뿐”이라며 “MBC의 입장에서 전국 19개 지역MBC와 함께 움직이지 대전만 특별하게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언론에 따르면 종편은 2개, 보도전문채널은 1개에 대해 연내에 사업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종편 1개가 도입되면 광고재원이 8.58~21.98%가 감소하고, 보도채널 1개가 도입되면 0.68~1.86%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예상되는 종편 2개, 보도채널 1개 등 신규 방송이 3개가 진출하면 16.25~36.08%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광고시장의 축소는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태풍’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지역 방송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종익 TJB대전방송 노조위원장은 “큰 흐름에서 대기업 자본과 독과점 신문이 방송에까지 진출할 경우 여론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방송광고 시장에 보도 및 종편채널의 진입은 광고시장을 분점하거나 과점하여 지상파의 급격한 재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홍렬 KBS대전 노조위원장도 “방송시장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KBS는 공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신료 80%, 광고 20%로 비율로 재원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이 경우 정부에 대한 예속만 강화될 뿐”이라며 “지역의 경우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 등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여론을 보여주는 등 그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도 이번 법 개정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종편이나 지역 민방과 겸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이블TV방송협회를 중심으로 신규 방송에 진출하는 방안이 최근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방송계에서는 케이블TV의 종편이나 민방 진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비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 추이를 관망하는 지역 신문

은현탁 대전일보 부장은 “미디어법 개정에 따라 지역신문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과연 어떻게 어느 정도로 다가올 지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거대 신문과 대기업의 종편 진출과 관련, 지역신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종편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기업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할 경우 지역 신문으로서 참여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성기선 충청투데이 기획조정실장은 “지역 신문으로서 현재의 상황이 위기라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미디어법은 신문의 복수소유 제한조항을 없애 신문 지배주주가 여러 신문을 소유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신문의 지방신문 소유, 다수 신문을 거느린 신문체인기업의 등장도 가능해졌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지역 일간지의 경우 제대로 된 신문이라면 중앙신문에서 계열사 형태로 운영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지역신문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양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신문사 현직에 있는 성실장과 은부장은 현재 전체 신문산업이나 지역신문의 여건을 볼 때 중앙신문사나 대기업이 지역신문사를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의 경우 실질적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반적인 신문산업의 위축, 광고 감소, 영향력 축소 등 최근 10년 동안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법 개정 과정에서 ‘지역은 없었다’

이번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지역 언론이 철저히 배제된 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만 논의됐지 지역 방송이나 지역 신문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져 있다는 불만이다.

김창룡 교수는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인 각종 위원회에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국가 정책 위원회에 지역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대한 인식도 없고 요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장호순 교수는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배제된 데는 현재의 언론 구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 언론 정책 입안과정에서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은 중앙 언론을 통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중앙 언론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빠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이 지역언론의 한계로 우리나라 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장교수는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대기업이나 거대 신문의 방송참여는 안된다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무조건적인 논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과 다양한 통로를 갖고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주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처 : 디트뉴스24]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68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