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이 주최하고 아는것이힘이다가 주관한 좌담회 <공영방송 파업 50일, 해법은 있는가?>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왼쪽 앞줄부터 김문식 언론노조 KBS대전충남지부장, 이한신 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장길문 다른시각 편집국장.

[다른시각 좌담회공영방송 파업 50해법은 있는가

지난달 4일, 두 공영방송인 MBC와 KBS 노조가 각각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와 공영방송 회복을 목표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지역 방송 구성원들의 칼날은 이진숙 사장(대전MBC)과 정지환 총국장(KBS대전)의 퇴진을 향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언론부역자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고, 현재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것도 비슷해 보인다.

어느덧 파업은 50일째를 맞았고, 노조는 유의미한 변화를 겪으며 승리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23일 <다른시각>이 주최하고 팟캐스트 <아는것이힘이다>가 주관한 이번 좌담회는 이한신 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과 김문식 언론노조 KBS대전충남지부장을 초청해 그동안의 진행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의 사회로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과 장길문 다른시각 편집국장이 함께했다.

이번 파업은 망한 공영방송 살리기 위한 것
가장 먼저 두 지부장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공영방송이 어쩌다 파업까지 돌입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김문식 지부장은 “KBS와 MBC가 제 역할을 못해서 그렇다. 시청자들에게 공영방송을 돌려줘야 한다는 거창한 목표도 있었겠지만 내부에서 견디지 못해 SOS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신 지부장은 “2012년 장기 파업은 망해가는 MBC를 지키기 위해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망한 MBC를 살리기 위해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 언론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에도 적폐’ 많아
대부분 공영 방송의 문제점이 중앙에 집중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는 잘 느끼질 못했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국민적 분노가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어떤 문제와 적폐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적당히 묻어가려는 의식이 팽배해 역효과가 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사실상 대전MBC는 지역MBC 중에서도 적폐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노조에서 선정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이진숙 대전MBC 사장과 최혁재 대전MBC 보도국장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지역MBC를 둘러싸고 있는 지배구조다.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서 지역성을 말살했다. 오죽했으면 ‘알자지라 대전지사’라는 비아냥까지 듣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대전만 두고 보면 MBC에 적폐세력이 더 많다는 부분을 양보하겠다”라면서 웃음 짓고 “고대영 KBS 사장이 아껴왔던 후배기자가 현재 KBS대전 총국장인 정지환이다. 이분은 지난 이병박·박근혜 정권에서 KBS 뉴스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일선 기자들을 ‘기레기’로 만든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파업의 불편함 못느끼는 현실안타까워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두 공영방송사에 실망한 많은 시청자들이 타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며 외면했다. 파업을 해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최근 MBC를 찾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도 있고, 우리의 파업을 지지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청자도 있는 듯하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현재 프로그램은 얼핏 보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이런 방식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되돌려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길문 국장과 이기동 국장도 50일째 파업 중이지만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지 못하는 것에 동의했다. 장 국장은 “취재현장 분위기와 기사에 대한 반응을 보더라도 현재 공영방송의 파업에 대한 시민 체감도는 아주 미약하다”며 “이는 두 공영방송의 역할과 비중이 그만큼 적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지역에서 공영방송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지역 언론의 역할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언론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절실하고, 빈자리를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파업과 달리 따뜻한 시선 보내줘자성 목소리 크다
그러나 두 지부장은 이번 파업투쟁에 대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2012년 파업 당시 한 대학으로 선전전을 나갔지만 쫓겨난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충남대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축제현장에서 3일 동안 부스를 만들고 선전전까지 진행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시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파업에서는 자성하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 정말 각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떠난 시청자들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파업 후 현장으로 복귀하면 잘못된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시청자들의 아픈 부분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방송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김 지부장도 “과거의 파업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다. ‘지지한다’, ‘잘돼라’, ‘빨리 돌아오라’ 등 정서적 바탕이 깔려있다”면서 “이러한 공감대에 힘입어 더욱 조직된 행동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사실 시민단체의 활동도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두 언론사의 파업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방법과 절차에 대해 의견차이는 있겠지만 두 방송사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히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

지역 언론의 카르텔 심각지역 언론의 문제 덮어버리기도
지역 언론들의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장 국장은 대전일보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더니 KBS에서 취재를 나왔다. 그러나 이후 후배기자로부터 ‘위에서 킬 당했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처럼 대부분 지역 유력 언론들은 파업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는다. 이는 언론사간 암암리에 형성되어있는 유착관계로 지역 언론의 가장 큰 적폐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대표격인 정 총국장의 존재감이 없어 파업기사를 다루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웃으면서 “정 총국장이 노조원들을 만날까 두려워 공식적인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지역 유력 언론들이 타 언론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 역사는 오래다. 물론 이번에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서 “동업자정신, 카르텔 등으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지역 언론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치부로 여기는 것도 있다. 스스로 반성하고 고친다면 큰 문제가 없을 텐데 덮어버려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MBC, 승리를 향한 반가운 소식KBS 사장 퇴임 더 빠를지도
파업 50일을 앞두고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MBC는 이번 파업을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운을 띄운 뒤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가운데 한 분인 김원배 이사가 지난주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후 보궐이사가 선임되면 김장겸 사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이뤄지고, 이진숙 사장도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KBS 노조를 배신하는 것 아닌가 미안하기도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승리를 얻고 가는 배신은 배신이 아니다. 이사진 사의 표명은 MBC가 먼저 했지만 사장 퇴임은 KBS가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응수한 뒤 “비리 의혹이 워낙 많거나 함양 미달인 이사들이 재직하고 있다. 현재 감사원에서도 업무비 사용 등에 대해서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장 퇴진이 우선지배구조 해결에도 나설 것
이번 파업을 끝내는 전제조건에 대해서 이 지부장은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거나 스스로 물러난다면 본부 차원의 결정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을 11월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전MBC 지부는 이진숙 사장과 그 부역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시청자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체제에서는 복귀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지부장은 “MBC의 경우 ‘김장겸 사장 해임’이라는 큰 산의 9부 능선을 지나 계획이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6부 능선도 지나지 못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고대영 사장 체재가 마무리 되어야 한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만나면 좋은 친구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겠다
두 지부장은 입을 모아 “만나면 좋은 친구, 정성을 다하는 방송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앞으로 지역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이번 파업을 급하게 시작하면서 계획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파업이 학교처럼 느껴진다”면서 “내부에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공부하고 있다. 짧고 치열하게 공부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지부장도 “사실 ‘이번 파업이 끝난 뒤 시청자의 신뢰가 회복될까’라는 걱정도 크다. 그러나 망한 MBC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절치부심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또 다시 우리가 국민들에게 ‘달리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 옛 MBC를 버리고, 현장에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적폐청산 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연대하고 있는 이 국장은 “지역방송사 종사자들이 지역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단순히 두 방송사의 문제가 아닌 지역 언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단초라도 마련하길 바란다”며 “언론이 무너지면 지역의 공론장이 무너지게 되고,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인내하고 준비해서 건강한 지역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이번 파업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장 국장은 “이번 파업은 명분으로나 사회적 동의로 보나 승산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승리 이 후의 계획이 바로서지 않는다면 더 이상 회생의 기회는 없다고 본다”며 “그동안 다른시각이 두 언론사 파업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앞으로도 두 방송사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투쟁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