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윤희일 등 5명 기자, 월간중앙에 ‘충청도 기질’ 대해부 눈길

 

‘한국정치와 충청도론-“됐슈” 충청마음을 읽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70쪽부터 100쪽까지 무려 30쪽을 할애한 대형 기획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의 유력 언론이 ‘충청도의 기질’을 이런 규모로 심층 분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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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간된 월간중앙 6월호에 ‘충청도의 기질’을 해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이 특집기사에는 경향신문 전국부 윤희일 부장, 신상훈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중앙일보 이훈범 기자, 월간중앙 이상국․박미숙 기자 등 5명의 필진이 참여했다.

경향신문 윤희일 부장은 ‘충청인의 희로애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충청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언어와 유머를 통해 ‘충청도기질’을 파헤쳤다.

윤 부장은 충청인의 기질은 이 ‘냅둬유 기질’로 요약된다고 설명한다.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 겉으로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충청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초 충북 청주 출신인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냅둬유, 개나 주게’라고 쏘아붙이는 촌평을 내놔 정가의 관심을 끈 사실을 예로 들었다.

‘냅둬유’에는 ‘원안을 그대로 놔두라’는 뜻이, ‘개나 주게’에는 ‘그런 식의 수정할 것 같으면 아예 그만두라’는 단호한 뜻이 각각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정부)의 제안(세종시 수정안)에 마뜩찮아 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면서도, 매우 강한 반발의사를 실은 멘트라고 필자는 설명했다. ‘개나 주게’라는 말에서는 충청인의 기질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고집’도 읽어낼 수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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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중에 기사 면.
윤 부장은 ‘상대적으로 옅은 동향의식’도 충청인들의 기질 중 하나로 소개했다. 충청도 사람들은 ‘고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일은 잘 안 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윤 부장은 충청도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를 사적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을 우선하는, 이른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향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소중하게 여기는 성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윤 부장은 또 조선 숙종 때의 이중환이 ‘택리지(擇里志)’에서 충청도의 기질을 ‘오직 권세와 이익을 추구한다(專趨勢利, 전추세리)’고 일갈한 사실을 소개한 뒤 “충청도의 기질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중환의 충청권 기질에 대한 택리지의 이런 기술과 관련해서는 충청지역이 많은 벼슬아치를 배출하면서 조선조 후기 사회를 지배하다시피 한 것에 대한 비아냥이 투영된 것이라는 평가와 영·호남으로 갈리는 우리나라의 정치구도 속에서 충청인들이 주체적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살아온 점을 적절하게 지적한 것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고 그는 해석했다.

윤 부장은 충청인 기질의 근저를 살펴볼 수 있는 아이콘이 몇 개 더 있다고 했다. 충청도의 ‘말’과 ‘웃음’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충청인들의 ‘말(언어)’은 그들의 기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필자는 설명했다. 윤 부장은 “충청도의 말은, 그림으로 치면 ‘여백의 미’와 같은 것”이라며 “충청도 사람들은 구구절절 말을 쏟아내는 것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청도 말의 묘미를 압축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소개한다.

“개 혀”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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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중앙 6월호 표지.

 윤 부장은 방송계에 ‘진짜로 웃기는 사람은 다 충청도 출신이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충청도의 웃음 코드를 분석한다. 윤 부장은 최양락, 남희석, 임하룡, 서세원, 윤문식 등 충청도 출신의 ‘웃음꾼’들이 내놓는 ‘웃음의 근원’에는 ‘느림’과 ‘느긋함’,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극적 반전’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냅둬유’도 따지고 보면 ‘기발한 반전’이며 ‘해학’이라는 것이다.

 

양반의 웃음’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충청인들의 기질을 분석한 바 있는 대전방송(TJB) 전영식 프로듀서는 윤 부장의 기사에서 “‘느림’과 ‘여유’의 미학 속에서 살아온 충청도 사람들은 짧고 간명한 대화와 극적인 뒤집기와 비틀기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 프로듀서는 이어 “충청도 사람들의 말과 정신 속에 흐르는 그 ‘뒤집기 정신’ 또는 ‘비틀기 정신’이 바로 ‘대의명분’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면서 ‘돈’으로 대변되는 세속에 함부로 흔들리지 않으려는 ‘양반정신’의 뿌리가 아닌가 생각 된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이기도 한 신상훈 교수 역시 유머를 통해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을 분석했다.

중앙일보 이훈범 기자는 충청도 사람을 ‘에둘러 가면서도 뜻은 관철시키고 자존심이 밟히면 똘똘 뭉치는 사람’으로 분석했다. 그는 충청도사람에 대한 전국의 호감지수가 전라도, 경상도, 서울 등 타지에 비해 높게 나왔다는 조사결과도 소개하고 있다.

월간중앙 이상국 기자는 충청도의 말투는 경상도나 전라도에 비해 평야가 많고 시야가 넓은 지세에서 연유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월간중앙 박미숙 기자는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는 자유선진당의 뿌리와 이념은 물론 거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월간중앙 측은 머리말에서 ‘충청도 기질 대해부’를 기획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6.2지방선거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충청도의 존재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휘발성 높은 폭약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여느 때 지방선거에 비해 충청도 민심의 향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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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윤희일 부장. 010-5428-6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