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담요 덮은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차량 진입 막은 것에 불만, "취재 하겠다" 는 기자와 안전지킴이 학부모 마찰

- 세종의 소리-  김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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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기자와 실랑이가 벌어진 대동초 안전지킴이 초소 
 
지난 25일 오전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이비 기자가 와서 괜한 트집을 잡으니 취재를 해 달라”는 것이 전화의 요지였다. 전화를 한 사람은 조치원읍 대동초등학교 운영위원과 안전 지킴이 학부모였다. 막바로 대동초로 달려갔다.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대동초 운영위원장인 유장현씨는 “아침에 안전지킴이 봉사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의 애로사항을 듣던 중 한 대의 차량이 학교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학부모들이 바리케이트를 열어주지 않으면서 일이 불거졌다”고 차분하게 설명을 해 나갔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차량 한 대가 학교에 들어오려고 시도해 용무를 물었고 운전사는 교육청에 내릴 짐을 가져왔으니 길을 터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세종시 교육청과는 엄연히 경계가 달랐고 아동지킴이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요구를 거절하면서 일은 시작되었다.

이에 차량 운전자는 교육청으로 들어가 장학사를 대동하고 다시 나타났다. 재차 안전지킴이 자원 봉사자들에게 바리케이트 오픈을 요구했고 학부모들은 또다시 거절했다. 운전자는 장학사를 가리키며 “이 분이 누군지 몰라서 그러느냐”고 윽박질렀고 학부모들은 “장학사가 아니더라도 누가 와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열어줄 수 없다”고 대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지 입장이 난처해진 장학사는 교육청 동료들을 불러 짐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면서 교육청으로 옮겼다. 당시 가져간 짐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는 게 목격한 학부모들의 전언이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예의 그 차량 운전자는 다시 나타나 학부모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취재할 것이 있어 왔다”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명함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자였다. 이후 이 기자는 학부모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덮고 있는 담요를 문제 삼았고 학부모와 운영위원장은 “아침 날씨가 쌀쌀해서 덮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해당 학교 교감실로 향하자 억울해 하던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가 전화로 취재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자 교감실에 들어갔던 그 기자는 학부모와 논쟁을 시작했다. “지금 교감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라며 “덮고 있는 이불을 어디로 치웠느냐”고 추궁했다. 운영위원장이 다시 “아침부터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들이 쌀쌀한 날씨 때문에 담요를 좀 덮은 게 뭐가 잘못이냐”고 반발하면서 “선생님이 기자이시면서 이렇게 하시면 안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여기는 원래 외부인 차량은 못들어 오는 구역”이라고 말하자 그 기자는 운영위원장과 한 차례 실랑이를 벌인 후 돌아갔다.

세종시 교육청은 용무 차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바로 이웃한 대동초등학교를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아동 대상 범죄가 급증하면서 아동지킴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교육청 볼일을 위해 대동초에 차량 주차를 막으려 했다는 이유로 기자에게 추궁 당한 학부모들은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어 했다.

더구나 이 기자는 돌아간 후 다른 기자에게 대동초의 안전 지킴이 문제를 취재하도록 요청했고 또 다른 기자가 “제보를 받고 찾아왔다”고 말해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행동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동초 유장현 운영위원장은 “정당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안전지킴이들에게 행한 이런 행동은 언론의 횡포”라며 “학부모들과 상의 후 해당 신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사과를 받겠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 기반시설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사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안전 지킴이의 문제가 있었다면 정당하게 취재를 하면 된다. 주차 시비로 안전 지킴이를 문제 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치졸하고 보복성이 강하다고 생각될 소지가 있다.

또 한가지. 여기에 들러리를 선 장학사도 문제다. 아니다 싶으면 어떠한 경우라도 동행을 거절을 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장학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