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본부장에 임창건 대전총국장이 임명된 것과 관련 KBS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파보도’ 논란을 일으켰던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교체된 것은 환영하지만 임창건 신임 보도본부장의 ‘이력’ 등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이화섭 본부장 시절 KBS뉴스의 편파성이 너무 심했다는 평가가 많아서 그런지 임창건 신임 본부장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전력 등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이 문제삼고 있는 임 신임본부장의 ‘이력’은 지난 2011년 7월 발생한 이른바 ‘KBS도청 관련 의혹’을 말한다. KBS는 당시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불거졌을 때, 국회 내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KBS 수신료 문제 관련 비공개회의 내용을 녹취한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11년 12월29일 “도청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리를 했다.

 

일부 기자들은 도청 취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임창건 본부장이 보도국장을 맡고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기자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사건이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당시 책임을 져야할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임창건 보도국장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보도본부장으로 기용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임 본부장이 보도국장으로 있던 2010년 2월에서 2011년 7월까지의 기간 동안 KBS뉴스는 ‘친권력-해바리기 보도’가 극심한 시기였다”면서 “당시 구성원들 설문조사에서 90%가 넘게 뉴스의 공정성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는데, 그런 인사가 보도 책임자로 오는 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임 본부장은 탐사보도팀장을 했을 당시에는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이후 권력의 친위대로 변신하는 등 사실상 ‘변절’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 하에서 KBS뉴스의 공정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KBS본부 또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KBS본부는 “2011년 도청 취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임창건 본부장은 당시 보도국장으로서 책임을 져야할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공영방송 KBS 역사상 최악의 불명예로 남아있지만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라도 진실 규명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기자 이력의 대부분을 양지에서만 보낸 임 본부장이 조직 내 소외를 알고 탕평인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보도국장 시절 그가 보여준 인사 내용은 이런 우려를 더해준다. 보도본부의 많은 선후배 기자들이 ‘소통’과 ‘융합’을 새 본부장의 최우선의 과제로 뽑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