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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노사간 갈등이 시작된 2014년 노조 관계자들이 대전일보 사옥앞에서 임단협 체결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2014.11.12


노조 탈퇴자 중심지난 3월 6일 노조 결성
송영훈 노조지부장 뒤통수 맞은 기분
강대묵 기자 충청투데이로 이직 등 퇴직자 줄이어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지속됐던 ‘노사 갈등’이 해결된 지 불과 6개월도 안된 대전일보가 또다시 내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새롭게 결성된 ‘제2노조’가 있다.

16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일보 노조는 최근까지 민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이하 언론노조)’라는 단일노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새로운 노동조합이 조직되면서 ‘단일노조’가 아닌 ‘복수노조’로 변경됐다.

새로 결성된 노조는 ‘대전일보노동조합(이하 새 노조)’으로 박정하(편집부) 위원장, 성희제(취재부) 부위원장을 필두로 하고 있다. 10명의 조합원으로 대전시 서구청에 노동조합설립신고를 한 뒤 지난 3월 6일 승인됐으며, 언론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서구의 한 식당에서 조촐하게 출범식을 겸한 자리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수년째 노사갈등을 겪는 동안 대전일보에서는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제2노조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왔다. 하지만 직원 수도 적고, 직원 간 분열 초래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현행법상 제2노조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전일보처럼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회사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론사에서 제2노조의 출범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존재이유는 단합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측을 견제하고 발전방향에 대해 서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복수노조는 갈등 양상을 초래할 우려가 높고, 이는 회사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몇 년간 노사갈등이 극심했던 대전일보는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극적인 노사합의로 그 상처가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젠 새로운 노동조합의 결성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빠지는 모습이다. 특히 노동자의 연대를 중시하는 노동조합이 오히려 ‘반대세력 키우기’에 몰두하며 갈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또 일각에서는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기존 노조와 달리 새 노조는 사측의 편에 선 ‘어용노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특히 새 노조가 지난 노사갈등 때 탈퇴했던 경력기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일부 간부급 기자들이 합류한 것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영훈 전국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장은 “현재 제2노조에 일부 간부급 기자들과 지역 주재기자들까지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대표이사가 재판 중인 어수선한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직원들끼리 이런 식으로 갈라지는 모습은 회사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2노조를 만들기 전 우리한테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고 논의했다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을 해결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었을텐데 그동안 한마디도 없이 암암리에 진행한 것 같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대전일보 정상화 민주노조지키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지금 대전일보는 제2노조를 만드는 것 보다 언론사노조로서 신뢰성을 만들어가는 게 명확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2노조가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부화뇌동 한다면 그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행동들 하나하나가 모조리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견지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대전일보 새 노조의 박정하 위원장과 어렵게 전화연결이 됐지만 “왜 취재하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으며 “현재 논의 중이기 때문에 차후에 공식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남긴 채 통화를 거부했다.

한편, 대전일보 본사 강대묵 기자는 이달 초 사직서를 내고 충청투데이 세종시 출입기자로 자리를 옮겼고, 편집기자 한 명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자들의 퇴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