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재 A사립대 학보사는 페이스북에서 학교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학과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학내 큰 이슈였던지라 관련 내용을 전했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한 학과의 교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현장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몇 시간 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 사진은 대학 측의 요청에 따라 삭제되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학보사에 이유를 물어보자 학교 측에서 이미 모든 학과의 통폐합은 결정된 사항이며 결정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이와 관련한 일들을 학교 신문사에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전 소재 B사립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준비한 기획을 결재하는 과정에서 주간 교수와 의견 충돌을 겪었고, 의견 조율을 위해 신문 발행을 뒤로 미뤘지만 결국에는 발행이 취소되었다.

학내 이슈를 알려 학생들 간의 공론화를 만들고, 학우들의 의견과 학교의 의견을 담는 학보사들의 입지가 날로 좁아져가고 있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신문이 단순히 잔디밭 돗자리 용이나 배달음식을 먹고 난 뒤 덮어놓는 용이 돼버린 것도 문제지만, 학교 측의 지시로 학보사가 예민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언론은 기본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는 곳이어야한다. 그러나 대학 학보사의 경우는 다르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학보사의 발행인은 대학 총장이고, 그 밑에 주간교수(혹은 부주간 교수와 검토의원이 더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편집국장을 포함한 학생 기자들이 있다. 학교 곳곳을 다니며 학생기자들은 아이템을 찾고,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다. 기사 아이템이나 작성된 기사는 주간교수의 허가를 받아야 지면으로 나갈 수 있는데 주간교수는 대부분 대학 총장이 선임한다. 학교 측에 예민한 주제를 다룰 경우, 학교 측에서 혹은 주간교수 선에서 학생 기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대학 신문의 재정을 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학보사가 학교에 대한 비판과 의견 제시가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한 대학 학보사의 주간을 맡고 있는 교수는 "언론은 잘못된 것, 부조리한 것을 정화해주는 사회의 소금 역할"로 "구성원들간의 비판이 자유로워야만 건강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통로를 막는다면 학교의 정책은 순조롭게 진행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학보사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고 그 책임도 학교가 지고 있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내 언론이 학생자치활동으로 포함되어 있는 만큼 자치적인 부분으로 남겨두고 책임은 지되 권리는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