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br />한남대 홍보담당관<br  />전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2008년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장. 3만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회사 워런 버핏 회장이 ‘주주들과의 대화’를 갖고 있었다. 그는 2010년 세계 3위의 부자로 꼽힌(포브스誌) 성공한 기업가인 동시에 ‘오마하의 현인’ ‘기부왕’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대화 중간에 한 중학생 소년이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많지만 학교에서 다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읽어야 할까요?”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성우 한남대 홍보담당관

전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

 뜻밖의 질문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답변했다. “먼저 신문부터 읽어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빨아들이면 네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알게 된다. 신문을 읽으면 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느 시점에 스포츠든 경제 뉴스든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게 되고, 더 많이 알수록 더 배우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신문을 읽는 것은 곧 세상을 읽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신문읽기의 유익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넘치지만, 특별히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한 것은 어른이 아니라 중학생을 향한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19금(禁)’이라도 되는 듯 청소년들은 신문을 멀리 하고 대학생들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신문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신문기자 시절 짬을 내어서 대학에서 몇 학기 야간 강의를 했다. 과목 이름을 <취업과 뉴스 따라잡기>라고 붙였고, 교재는 ‘신문’이었다. “신문을 읽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첫 시간마다 이렇게 물으면 100명이 넘는 학생들 가운데 고작 4~5명이 손을 든다. 쑥스러워 손을 안 든 학생을 감안한다고 쳐도 신문을 읽는 대학생은 10%가 채 안 되는 것 같다.


  신문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었기에 매주 빠짐없이 과제를 냈다. 기사를 ‘천천히’ 정독한 뒤 자신의 생각을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덕분에 매주 100건이 넘는 이메일을 읽고 답장해야 했지만, 이런 저런 이슈들을 젊은이들은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판단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학기말에 학생들로부터 신문과 좀 친해졌다는 인사를 받는 것이 큰 보람이었다.


  신문의 날(4월7일)도 아닌데 뜬금없이 신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언론단체와 교육계, 시민단체 등에서 ‘신문읽기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1단계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신문 읽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물밑 준비가 한창이며, ‘신문읽기운동본부’도 곧 발족한다고 한다. 먼저 대학생들이 손쉽게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교내 곳곳에 다양한 신문들을 비치하고, 교양과목으로 신문읽기 강좌도 열 예정이다.


   이어서 2단계로 고등학교, 중학교로 이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니, 신문읽기가 차제에 대전의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고 전국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 지역의 대학들과 교육청,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신문읽기는 논리력과 분석력, 창의력을 향상시켜주는 미래 인재 양성의 교육 수단이며, 시민교육 차원의 의미도 지니기 때문에 운동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도서관이나 벤치, 잔디밭 등 대학 캠퍼스와 학교 곳곳에서 신문을 활짝 펴서 읽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