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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노조원들이 사옥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준철기자·신철호 감독,  2년 연속 최하 D등급


직원들 “불투명한 깜깜이 인사제도가 불러온 참사”


본 업무 외에 출연료도 없이 회사 제작 토론회와 라디오, 아침방송 등에도 출연했다.

2014년부터 인력충원 없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라이브중계 등 모바일 영상작업도 담당했다.

모바일 뉴스 포맷을 직접 만들어 임원실은 물론 전 사원을 대상으로 PT를 할 정도로 SNS 뉴스를 활성화시켰다.

2014년 창사 유공상과 2015년 메르스 사태 특집 외부 수상도 했다.  


 


이렇듯 ‘기자’ 본연의 업무 외에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한 기자에게 인사고과 평가자들은 2년 연속 최저점인 D를 줬다. 지난 4월 상여금이 삭감된 사실을 알고 인사부서에 문의해서 알게 된 결과치곤 꽤나 황당하고 충격적이었을 듯하다. 


이 회사의 인사규정에는 ‘피고과자의 직무수행에 개선해야 할 사항이나 격려할 내용은 본인에게 전달한다’고 되어 있지만 평가자들인 보도국장과 취재팀장은 지난 2년간 당사자에게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인사규정 위반이다. 


20년 간 지역의 취재현장을 누볐던 대전MBC 안준철 기자의 사연이다. 안 기자는 본인의 인사고과가 2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게 된 이유가 궁금해 회사 측에 정식으로 인사고과 세부내역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묵살당하고 말았다. 


안 기자와 함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신철호 카메라감독의 경우는 더 어이가 없다. 평가자인 영상국장이 2014년에 C등급을 준 줄 알고 2015년에 D등급을 줬는데 본인의 실수라며 직접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2018년 3월 정년퇴직 안식년을 들어가는 신 감독은 이번 인사고과로 인해 최소한의 명예로운 퇴직의 꿈도 산산 조각났다. 


대전MBC 인사규정에는 ‘연속 2회 D등급을 받으면 고과확정 직후 정기상여 지급 시 1회에 한하여 10% 감하여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상여금 10%의 삭감보다 더 큰 문제는 차기 고과 전까지 보임 및 승진에서 제외되며, 이후 한 번 더 D등급을 받아 3회 연속이 되면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대전MBC 전체 직원 80명 중 사장을 제외한 79명이 인사고과 대상자다. 이 중 일반직 57명은 1년에 1회 절대평가로, 계약직 22명은 1년에 2회 상대평가로 실시한다. 


그동안 직원들은 본인의 인사점수가 궁금하긴 했지만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문제 삼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명확한 기준 없이 평가되고 있는 인사고과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전MBC 직원들은 인사규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향고과폐지를 거론했다. 한 직원은 “직원들이 보직자 등 간부를 평가하는 상향고과제도가 이진숙 사장이 취임한 뒤 2016년 2월 일방적으로 폐지됐다”며 “보직 국장의 전횡이나 공정방송의 훼손을 막을 유일한 견제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보도국장이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향고과폐지와 함께 대전MBC의 인사시스템이 타 지역 MBC에 비해 투명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구와 광주MBC 등은 전년도 인사고과를 본인에게 자동 공개하는 반면 대전MBC는 ‘승진관리내규’ 조차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재원 광주MBC노조 지부장은 “광주MBC는 전년도 인사고과를 내부전산시스템을 통해 공개한다. 본인이 원하면 세부내용도 열람신청해서 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론사의 인사평가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욱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전MBC 카메라기자회와 촬영감독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이런 깜깜이 인사고과 제도가 직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탄압의 무기가 된다”며 “우수한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게 아니라 ‘나의 출세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무능한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인사평가에 대해 회사는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인사평가 사태로 안준철 기자와 신철호 카메라 감독은 승진의 기회가 박탈됐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모른다”며 “평가자들이 평가내용이나 기준도 제시하지 못한다. 결국, 직관이나 감정적 평가다. 이에 대해 사죄하고 재평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부당 인사고과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전 조합원 대상 개인 인사고과 열람을 회사에 요청하기로 결정한 대전MBC노조도 사측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노조는 “본인의 인사고과 조차 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열람 가능하며, 상세 정보는 공개조차 하지 않는 회사의 전근대적 인사관리 시스템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며 “이번 사건도 회사의 불투명한 깜깜이 인사 관리 제도가 가져온 참사다. 회사는 구시대적 인사관리규정을 조속하게 개선·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전MBC 관계자는 “세부내용까지 공개한 전례가 없고, 의무도 없다. 문제가 되면 평가자에 문의하면 되지 않는가”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평가자들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