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우석대교수 "역사가 심정으로 춘추필법해야"
- 디트뉴스24 지상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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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충남 언론 100년사 출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대전언론문화연구원 창립 11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김영호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사장 정재학)은 27일 오전10시 대전 중구문화원 세미나실에서 '대전·충남 언론 100년史' 출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후반기 정기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 발제자인 김영호(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교수는 “언론인들 스스로 언론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앞두고 언론의 역사성을 음미하며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자세를 가다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지역 언론史를 통해 대전 충남 지역사회의 역사를 엿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매체 중심보다는 사회현상의 변화 중심으로 편찬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지역 언론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원인과 해법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지역 언론이 걸어온 역사적 맥락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바른 언론인은 오늘의 역사가이며, 훌륭한 역사가는 어제의 언론인”이라며 “언론인에 의해 선택되어지고 기록되는 오늘의 사건은 내일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적어도 이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이라면 먼 훗날을 내다보며 오늘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여 볼 수 있는 역사적 안목과 함께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견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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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세미나는 지역신문 및 방송, 인터넷신문 등 언론 종사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지역 언론의 역할과 역사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토론의 장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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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동 대전대교수

대전언론문화연구원 정재학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민족 언론의 산증인이었던 단재 신채호선생의 탄생지이기도 한 대전이 아직 체계적인 언론史를 갖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한 사회를 기록하는 역사물인 동시에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선배 언론인들의 훌륭한 기자정신을 이어받고, 바람직한 언론행태를 정립하는 계기를 위해 책자를 발간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건강한 지역 언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출판의 필요성과 출판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세미나는 김 교수의 주제 발표 후 윤희일 경향신문 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윤성국 금강일보 상무이사, 이기동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 정상희 전 동아일보 사회2부장이 패널로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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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동 민언련 사무국장

 

토론에서 김갑동 교수는 “책의 제목이 ‘역사’인 이상 지나치게 흥미 위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역사의 기본정신인 ‘술이부작(述而不作)’의 태도를 견지하고 객관적인 서술이 되어야 하기에 집필자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의 언론史 편찬 작업이 1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방자치단체나 언론사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기록관리학 전공자를 배치하여 상시적인 기록 관리와 보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일보 윤성국 상무이사는 “역사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록이므로 언론 100년史는 언론社의 탄생과 소멸 변화 등 하드웨어적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면의 변화 등 소프트웨어적 분석과 진단을 반드시 병행, 당시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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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국 금강일보 상무

그는 “90년대 들어 본격화된 가로쓰기와 한문 제목의 퇴화, 독자란의 대폭적인 축소 등은 언론의 큰 변화 였다”며 “발행 면수와 컬러 지면의 수, 취재부서 등 각사의 부서 운영의 변화 등도 지역 언론역사와 당시 경영실태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므로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신문의 온라인 신문 변화상을 분석 진단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은 “이번 지역 언론사 발간을 통해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어야 향후 우리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며 “자칫 지역 언론社, 언론인들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될 경우 반쪽짜리 언론史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므로 지역 언론에 대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평가와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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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희 전 동아일보 부장

그는 또 “이번 지역 언론사 편찬 작업을 통해 언론인 스스로의 자긍심과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위기에 처한 지역 언론이 지역사회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자양분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정상희 前 동아일보 사회2부장은 “언론史 편찬은 그 시대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소명을 다한다”면서 “학술적인 측면에서 논증하며 엄정하게 일자일획까지 정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호 교수가 역사학자 카(E.H. Carr)의 말을 인용,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점에 유의한다”며 특히 “언론인의 대화란 피차간 자기의 전인격을 내걸고 진실을 고백할 때 이루어지는데 거짓말의 소통은 대화가 아닌 반역사적인 사기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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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일 경향신문 부장

그는 “삼국유사가 시대적 대화의 책으로 보기에 미심쩍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책에 포함된 야화는 야화대로 그 시대의 해학과 메타포를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책으로 봐야한다”며 “이미 대전충남 지방 언론은 많은 유의미한 실적이 축적돼 있는데 도그마에 얽매여 논쟁할 경우 언론史 편찬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 할 것”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본 윤희일 경향신문 부장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전충청지역의 언론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우리 지역 언론이 나아갈 길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면서도 언론인은 물론 일반대중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언론史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