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는 곳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89069_62944_98.jpg

 대전시청을 출입하는 경향신문 윤희일 부장이 일본 동북부지진 피해 현장으로 급파됐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12일 일본 후쿠시마로 들어간 윤 부장은 12일과 13일 지진에 의한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방사능 누출이라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일대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다 현재는 인근의 미야기 현 센다이시로 들어가 있다.

디트뉴스는 14일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윤 부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일본 현지상황을 간접 듣게 됐다.

원자력 폭발 후쿠시마 시에서 센다이로 급히 옮겨

윤 부장은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인근의 피난소에서 피난민 300여명과 밤을 새우며 취재활동을 벌였다”며 “지급된 주먹밥 하나 바나나 하나와 물로 배를 채우며 담요 한 장으로 새우잠을 자는 신세였다”고 후쿠시마의 현장 상황을 전했다.
 
윤 부장은 그러나 방사능 피폭자가 발생하고 대피지역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긴박해지면서 센다이로 긴급 피신했다.
 
윤 부장은 “무조건 후쿠시마에서 먼 곳으로 피신하라는 회사의 명령을 받고 홋카이도 등으로 피신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택시를 타고 센다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센다이 시도 전기 수도 가스 등 ‘라이프라인’ 모두 끊겨
 
그는 이어 “센다이가 있는 미야기 현 역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곳인데다 현 지역에서만 1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며 “아무래도 센다이가 현장취재의 중심지가 될 것 같아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센다이시내의 ‘라이프 라인’은 대부분 끊겼다. 전기·수도·가스 등은 일부 도심지역에서만 선택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통신상황도 심각하다.
 
일부 도심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은 밤마다 암흑세계로 변한다. 미야기 현 외곽의 해안에서는 아직도 수백구의 사체가 발견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윤 부장은 “호텔이라고 해봐야 수도·전기·통신이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방만 제공되고 있다”며 “3일째 주먹밥과 빵으로만 끼니를 때우다보니 밥을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겠다”며 “화장실 물을 이용한 고양이 세수로 목욕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고 말했다.

 

피해 워낙 커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예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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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 있어서는 교통편과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택시의 경우 가스를 구하지 못해 장거리 운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차를 빌려도 기름이 없어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어도 이를 보낼 수 있는 통신망이 확보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윤 부장은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적어도 1주일은 현지에 체류하면서 취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부장은 “위험하다는 얘기가 들리는 곳일수록 더 가까이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후쿠시마까지 들어가게 된 것 같다”며 “생생한 현장을 누비다 보니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무뎌진 것으로 여겨졌던 ‘기자정신’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통으로 알려진 윤 기자는 2년여간 일본에서 석사과정을 연수 했으며 이후 국내에 돌아와 한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기자상 본상 수상...지탄역장 이색 경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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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부장으로 승진한 윤희일 기자는 지난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전국부 등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는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비정규직 800만 시대' 등의 기사로 한국기자상 본상, 한국가톨릭매스컴상, 국가인권위원회 10대 인권보도상, 목요언론인클럽 대상 등 국내의 언론관련 주요 상을 연이어 수상한 바 있다.

자전거와 열차 마니아인 윤 기자는 또 경부선 지탄역의 명예역장이란 이색 활동도 하고 있다.

윤희일 기자 손 전화 011-428-6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