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조윤호 기자

관·기업광고 아닌 시민광고가 지역신문의 대안

 

많은 지역언론들이 관변지 노릇이나 광고 장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상황에서 꿋꿋이 제 길을 가는 소수의 지역 언론들이 있다. 1999년 창간된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로 지역신문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4년 간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정착시킨 인물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다.

김주완 전 국장이 최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출판미디어국장으로 부임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0일 언론진흥재단에서 지역신문 관련 교육을 마치고 나온 김주완 국장을 만나 지난 4년 간의 평가와 지역신문의 미래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


- 국장직을 마치고 출판미디어국장으로 복귀했다. 본인이 희망했나.
"원래는 선임기자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의 요구가 있었다. 내가 편집국장일 때 국장 임무와 함께 뉴미디어 및 출판 분야, SNS 교육 등을 맡았다. 편집국장에게 일이 과도하게 쏠린 측면이 있어 신임 국장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출판미디어국장직을 맡기로 했다." 

- 지난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경남도민일보는 창간 때부터 기자들이 의식적으로 특권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했다. 기자는 높은 사람만 만난다는 권위 의식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기자들이 독자들과 상시적으로 대화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했다. 자기 출입처 공무원이나 홍보담당자들이 아닌 일반시민들과 만나야 독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제보로 이어진다. 홈페이지에 기자들의 연락처를 공개하는 것도 처음 시도했다. 사생활 침해라는 반론도 있어 강제하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기자들이 동의했다. 이런 시도들을 통해 기자들의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 경남도민일보는 지역밀착형 기사로 유명하다. 이에 대한 평가는.
"확실하게 안착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지역신문을 방문했는데, 프랑스는 시민기자라 할 수 있는 지역통신원을 두고 주민들 속에서 나온 기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더라. 경남도민일보도 150여명 정도의 블로그 기자단을 운영하는데, 자기 관심사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지 지역통신원은 아니다. 지역통신원 제도를 지면에 안착시키고 싶었는데 뜻대로 잘 안 됐다. 새 편집국장이 지역밀착보도를 이어가겠다고 하니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 지역밀착형 보도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지역밀착형 보도는 그 효과가 바로 드러난다. 마산에 육교나 지하도는 있는데, 횡단보도는 없는 5거리가 있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은 보행이 어려웠고, 무단횡단도 빈번했다. 기자가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접근성이 좋아지니 보행자들은 물론 인근 상인들도 좋아했다. 경남도 행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즉각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 반면 동네에 있는 구체적인 문제점은 보도하면 즉각 해결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민들이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느낀다. 시민들이 당장 생활 속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그것이 지역신문이 해야 할 일이다."

- 지역밀착형 광고도 시도했다.
"프랑스 지역신문에서는 지역신문에 ‘애인 구함’ 같은 광고가 많이 실린다. 편집국장이 된 후 ‘자유로운 광고’란을 만들었다. 시민들이 내가 알리고 싶은 내용을 신문에 광고하는 것이다. 비용은 만원에서 30만원 사이에서 형편대로 부담한다. 이 광고지면은 편집국장 책임 하에 편집국에서 돈도 받고, 제작도 한다. 하루에 평균 8-10개 정도의 광고가 실리고, 가격은 3만원에서 5만원, 10만원까지 되니 꽤 쏠쏠하다. 지역의 민간단체들도 행사를 알릴 때 이 지면을 많이 활용한다. 이런 자유로운 광고가 지역신문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많은 지역신문들은 지역민들의 광고를 받기보다 관이나 대기업의 광고를 받아먹고 산다.
"월급을 아예 안주는 ‘사이비’ 지역신문도 많다. 신문 값을 지역 주재기자들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이런 불평등한 시스템도 문제지만, 이런 데도 기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월급보다 많은 신문값을 내고 광고부담까지 지면서도 기자증을 가지면 지역유지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지역신문이 지역민들에게 뿌리내리기 어렵다. 앵벌이로 먹고 살면 행정권력과의 건전한 긴장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다."

-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에게는 광고 부담이 없나.
"전혀 없지는 않다. 광고부에서 해당 지자체에 광고제안서를 보내고, 지역주재기자에게 전화해서 ‘한 번 챙겨주세요’라고 협조요청을 한다. 적극적인 이들은 홍보실에 가서 말하기도 하지만, 말 한 마디 안 하는 기자들도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우선 본사 기자와 주재 기자 사이의 월급 차이가 없고 파견수당 때문에 오히려 주재 기자가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 별 내용도 없는 ‘연감’을 펴내 구매를 강요하는 지역신문들도 많던데.
"지역일간지들이 통계를 짜깁기해서 별 내용도 없는 연감을 만들고, 광고까지 받는다. 게다가 약 20만원 정도 가격에 공무원이나 시의원, 지역중소기업들에게 판다. 강매다. 기자들이 직접 팔게 하고 리베이트를 주는 곳도 있고, 대행업체에 맡기는 곳도 있다. 어떤 대행업체는 본인들이 신문사 차장이나 부장인 것처럼 사칭을 해 강매를 한다."

-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연감 안 만드나. 
"2002년까지 만들었다. 2002년에 경남민언련과 공무원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노사 간에도 합의가 이루어져서 없애버렸다. 대신 ‘경남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썼다. 30년 전 나왔던 <한국의 발견-경상남도 편>이라는 좋은 책인데, 보완해서 다시 발간했다. 기자 세 명이 일년 간 취재해서 책을 썼다. 지자체 광고를 받고,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 학교 등에 무료로 배포했다. 독자들도 택배비만 부담하면 받을 수 있다. 어차피 지자체 광고가 도민 세금이니 무료로 배포하는 게 맞다."

- 지자체에서 지역신문에 주는 광고에는 집행 기준이 없나.
"완전 고무줄 예산이다. 시장이나 군수 마음대로 쌈짓돈처럼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도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 매년 1억 가까이 지급되던 돈이 마산시를 비판했다고 끊어져 버린 적도 있었다. 지자체의 홍보예산도 결국 세금이기에 최소한의 기준과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어기는 신문사에는 집행하지 않는다는 식의 국무총리나 문광부 장관 훈령이 필요하다. 기준이 없으니 기자들도 홍보실 직원들도 골치 아프다."

- 출판미디어국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편집국장 하는 동안 출판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확장해보려 한다. 지역의 공익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책으로 발행하는 작업들, 나아가 지역의 좋은 저자도 발굴하고 싶다. 경남지역에 출판사는 많지만 유통망을 가진 출판사는 거의 없다. 지역 오프라인 서점들과 연계해서 지역 콘텐츠를 지역에 유통하는 작업도 하고 싶다. 지역신문은 뉴스기업이 아니라 종합콘텐츠 기업이 돼야한다. 지역신문이 지역의 공익적 콘텐츠를 출판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익사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뉴미디어, 모바일 영역에서 수익모델을 찾아내려는 시도도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이 찾길 기다리다 이를 따라가면 된다는 식으로는 답이 없다. 지역신문에 맞는 뉴미디어분야를 개척해보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