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길문 대전일보 노조지부장 “회사 위해 보도자료 쓴 게 해고 사유…노조 간부 5억원 손배소도”


경위서 제출→대기발령→비편집국 전보→지역 주재기자 발령→손해배상 청구→징계해고. 


지난해 9월 장길문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장이 임금·단체협상 교섭권을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 위임한 후 사측이 1년여 동안 그에게 내린 조처다.


지난 5일 대전일보 사측(남상현 사장)은 기어이 노조 지부장을 해고했다. 사진기자인 장 지부장이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자신이 찍지 않은 사진 수십 장을 도용해 신문에 게재했다는 사측 일방의 주장과 판단에 의해서다. 


사측은 징계 근거 조항이 ‘중대한 오보 및 곡필’ ‘직무태만’에 해당한다고 했다. 기사·사진의 표절 및 위·변조로 언론의 공정성 훼손과 기본질서를 문란케 했으므로 징계한다는 단체협약 조항도 덧붙였다. 설사 사진기자가 남의 사진을 썼다고 해도 이를 승인한 건 담당 데스크이고, 신문에 게재된 기사에 대한 최종 책임은 편집인(사장)의 몫인데 모든 책임을 일개 기자가 지게 된 형국이다. 


지난 6일 대전에서 만난 장 지부장은 아직도 자신이 해고자 신분임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 생활 16년 차, 지난 2003년 대전일보에 경력 입사 후 10여 년을 출근했던 직장에서 쫓겨난 심정이 “허탈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내 잘잘못을 떠나서 어찌 됐든 해고자 신분이 됐는데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아요. 좀 지나면, 현실에 부딪치게 되면 느껴지겠지만 아직 황당하고 참담하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해요”



▲ 장길문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장. 사진=언론노조 제공

사실 장 지부장의 사진 도용 혐의는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와 검찰로부터 무고함을 확인받았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해당 사진이 ‘기자→편집자→디자인팀→보도’로 이어지는 편집과정 중 어느 과정에서 위·변조가 가해졌는지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이를 장 기자가 범한 비위행위라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혔고, 중노위도 사측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해 회사가 장 지부장을 ‘사진 위·변조에 따른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장 지부장은 “회사가 검찰에 고소한 것은 내 얘기를 믿지 못한 것이라 생각해 나도 그 당시 억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지만, 어차피 고소한 마당에 제3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검찰이 1년 가까이 수사했으면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행정기관과 검찰, 법원 모두 내 잘못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누구 하나 내 사진 갖고 문제 삼은 사람이 없는데 왜 회사만 일방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대전일보 노조의 언론노조 가입-교섭권 위임 이후 사측은 장 지부장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부당징계를 남발했다. 지난해 9월 대기발령 통보로 시작된 그에 대한 징계는 12월 지노위 판정에 따라 원직 복귀 후 지난 1월 문화사업국 전보발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부당전보라며 원직 복귀를 명령했고 사측은 9월 장 지부장을 또다시 충주 주재기자로 전보발령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장 지부장에 대한 사측의 전보발령에 대해 “대전일보 단협에 따라 장 지부장과 협의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노조의 의견을 참고하지도 않았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업무상 필요 없이 이뤄졌고 당사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 변경을 초래했다”고 장 지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대전일보 사측은 노조에 대해서도 손배·가압류라는 칼을 빼 들었다. 사측은 지난달 노조 측에 “언론노조와 지부의 각종 성명으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었고, 올해 발간 예정이던 화보집 발간 중단 및 2014년 제작된 화보집을 판매하지 못해 물적 피해만 4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 간부 10명(퇴사자 2명 포함)에게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협회 지회장이기도 한 송정훈 노조 부지부장에겐 5000만 원의 부동산 가압류도 걸려 있는 상태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9월 2일 대전 서구 계룡로 대전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길문 지부장을 겨냥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장 지부장은 자신을 비롯한 노조와 회사의 거듭된 소송에 대해 “소송은 서로 소모전이고 자사 기자를 상대로 손배소 청구는 누가 봐도 너무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회사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나 그 어떤 조직원에게도 피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있는 그대로 우리 목소리 내려고 했던 것뿐인데 무조건 우리 잘못이라고만 하고 강요하니까 조합원들은 절망에 빠져있고 직원들은 회사를 믿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손배소에 걸린 화보집도 사측이 관공서에 협조공문을 보내 받은 사진인데 본인들이 남의 사진으로 화보집을 만들어 판 것은 정당하고 내가 신문 지면을 위해 보도자료를 받아 쓴 것은 잘못이라면 윤리에도 안 맞는 모순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장 지부장은 이번 해고 징계에 대해서도 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15개월 동안 잠 한번 편히 자본 적 없고 가족과 두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지만,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하고 싸웠는데 지금 와서 물러선다면 남아 있는 동료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한편 장 지부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사내에 공지하고, 지난 5일 장 지부장에 대한 징계위 의장으로 참석한 남상현 사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 지부장의 해고 사유는) 표절과 도용 정도가 아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언론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장 지부장은 언론사의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일어난 ‘송곳’”이라며 “대전일보는 노조 간부를 표적으로 징계를 내리고 영업에 지장을 받았다며 5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거는 등 ‘노조 탄압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언론자유를 짓밟았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