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언문연 ‘지역언론 혁신’세미나… 감시·비판기능 회복 주문



“지역언론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속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사장 정재학) 주최로 22일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방안’ 세미나에서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지부장은 “제왕적 지위에 있는 단체장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강력하게 비판 견제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 자치단체 지자체와 정부가 두려워하는 언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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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언론문화연구원은 22일 대전발전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이란 주제로 언론 발전 세미나를 가졌다.


윤 지부장은 주제발표에서 “일본 지역신문들도 판매부수와 매출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면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지역의 소리를 담아내는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이슈를 선점하고 생활밀착형 지역뉴스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지부장은 “지역언론이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권력과는 감시견제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지역 언론사 간에는 기사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경쟁하면서도 경영 측면에서는 때로는 협력하는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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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이란 세미나에서 대전언문연 정재학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도운 부국장 “할 말 못하는 지역언론, 정작 매체들은 문제의식 못 느껴”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는 김도운 금강일보 세종충남본부 부국장을 비롯해 양선희 대전대 정치미디어학과 교수,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정찬욱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장, 대전발전연구원 한상헌 박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김도운 부국장은 토론에서 “일본인의 신문 사랑과 일본 신문의 강건한 원칙주의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낀다”며 “국내 언론들은, 특히 지방언론들은 제대로 활로에 대한 모색을 하기도 전에 너무도 쉽게 미디어 시장 변화의 물결에 맥없이 손을 들고 만 것이 아닌지 반성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신문은 경영난이 본격화 된 이후 지자체를 비롯한 취재원에 예속돼가고 있고,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독자 대중이 그것을 염려하고 있지만 정작 매체들은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것이 더 큰 문제이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양선희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지역언론 본연의 기능이자 존재 이유”라며 “우리나라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의 현실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히 영향력 있는 고급 정보원뿐만 아니라 주요 광고주이자 구독자이기도 해 열약한 인력과 자본으로 운영되는 지역언론에 주문하기에는 규범적이고 이상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지역언론이 지역뉴스에 충실하고, 지역민의 이해와 요구에 집중하는 일은 핵심적인 생존전략”이라며 “전국적 이슈를 다룰 경우에도 지역민 중심의 저널리즘을 통해 지역민들이 지역의 현안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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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이란 세미나에서 대전발전연구원 유재일 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기동 국장 “감시 비판 고민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마인드 부재”


이기동 사무국장은 “일본 신문산업 역시 갈수록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해 주는 것은 결국 지역 독자들의 힘”이라며 “중앙지 중심의 한국 상황과 지역지 중심의 일본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감시, 비판이라는 저널리즘 기능에 충실하고, 철저하게 지역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언론사 및 언론인들의 마인드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지역신문의 문제는 해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천하지 않기 때문으로 자의적인 처방이 아닌 환부를 도려내는 원칙적인 처방이 답이다”고 말했다.


정찬욱 기자협회장은 “지역신문 지면 자체의 보도·편집 방식에도 혁신이 필요한데도 여전히 전통적인 신문제작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지면 혁신 없이 주요 면의 머리기사가 20∼30년 전이나 똑같이 관공서 기사로 채워지고 편집도 독자들의 시각적 취향을 전혀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신문사들이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언론 저널리즘에 충실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지자체나 기업 등 광고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뉴미디어시대에 지역 신문이 살아남으려면 보도와 편집 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지역가치를 창출해 가는 노력과 함께 뉴스 소비 트렌드에 맞춰 모바일 쪽 시장에서의 수익원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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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언론문화연구원은 22일 대전발전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이란 주제로 언론 발전 세미나를 가졌다.


한상헌 박사 “지역언론 어려울수록 저널리즘 본연의 감시비판 충실해야”


한상헌 박사는 “일본의 언론 환경은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 특히 지역언론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며 “오키나와는 역사적,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논문에서 제시한 사례들이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원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오키나와 지역신문의 태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언론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할 것인지에 대해 공통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이어 “결국 지역언론과 신문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 수용자들의 신뢰와 필요성 인식이 필수적이다”며 “이를 위해 요청되는 역할은 언론의 본연적 임무인 저널리즘에 충실하고 지역밀착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근본적인 원칙을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대전발전연구원(원장 유재일)과 공동으로 지역언론의 혁신방안 마련을 위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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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언론문화연구원은 22일 대전발전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일본 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 방안’이란 주제로 언론 발전 세미나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