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 고소당한 대전일보 송영훈 기자



▲송영훈 대전일보 기자가 지난해 11월 대전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일보 노사 갈등이 또다시 해를 넘겼지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근 대전일보 사측은 송영훈 전 한국기자협회 대전일보지회장(노조 부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20149월 장길문 노조위원장의 대기발령부터 고소, 손배소송, 가압류, 해고 등 각종 징계가 끊이지 않는다. 벌써 2년째다. 송 전 지회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소에 대한 심경과 사내 분위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사측이 왜 고소한 건가.

지난달 19일 검찰에서 전화가 왔다. ‘고소당한 것 아느냐,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하더라. 이때 사측이 고소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3일 뒤 검찰에 출석했는데 3시간반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오니 다리가 풀리더라.

쟁점은 지난해 6월 대전충남기자협회가 발표한 대전일보사는 기자의 인권을 짓밟지 마라는 성명서다. 당시 성명서 작성과 배포를 주도하면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게 고소 이유다. 성명서 내용 중 근태 리더기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점검하면서 징계 장길문 노조위원장의 현직 복귀 뒤 부당대우 기자협회 평기자 해외연수 관련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그때 성명서 초안을 작성한 것은 맞다. 하지만 최종 성명서는 대전일보를 제외한 협회 8개 회원사가 논의한 끝에 발표됐다. 지회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초안에서 수정된 부분도 많다. 결국 성명서 작성과 배포는 협회 차원에서 한 것이다. 이걸 명예훼손이라고 걸고 넘어지는 건 핀트 자체가 어긋난 거다.”

 

-현재 대전일보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

노조를 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노사 갈등이 시작된 후 노조원들이 많이 탈퇴했다. 노조 집행부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도 이제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다. 현재 노조원이 22명인데 총회를 하면 집행부 8명을 제외하고 2~3명 정도 온다. 예전엔 동료들과 늘 점심을 먹었는데 이젠 주로 혼자 먹는다. 저녁에 소주 한잔 하는 자리도 뜸해졌다.”





-왜 동료들이 노조에 등을 돌린다고 생각하나.

대기발령, 고소, 손해배상청구 소송, 가압류, 해고까지. 노조에 대한 탄압이 이 정도까지 심해지면 웬만한 사람은 버티기 힘들다. 회사에 찍히면 이렇게 된다는 걸 바로 옆에서 보고 있지 않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기자들은 최근 승진을 많이 했다. 사측이 이런 당근을 주니까 노조와 분리가 심해지는 것이다.”

 

-최근 대전일보 정상화를 위해 한국기자협회 언론자유특위 등 42개 단체가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공대위에 거는 기대가 있나.

노사가 너무나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일 각을 세워야 하니 우리도 회사도 힘들다. 공대위가 노사 간 소통의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대화해야 서로 뭘 양보할지 접점을 찾을 것 아닌가. 공대위가 연대해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공대위만 출범시켜놓고 뒤로 빠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뭐가 옳은지, 그른지 잘 알 것이다. 노조를 탈퇴하고 사측에 선 동료들을 처음 봤을 땐 배신감도 느꼈지만 이제 이해한다. 목소리를 내봤자 불이익당할 게 뻔하니까. 하지만 기자는 사회의 정의를 받드는 직업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회사에 밉보이지 않으려고 직업의식까지 외면하는 것은 기자로서 이율배반적 아닌가.”

 

-노조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연차 어린 후배들이 많다. 그 연차 때는 현장에서 열심히 뛰면서 지역사회의 언로로 커야 하는데. 지금 사회의 잘못된 부분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자신이 신념을 갖고 한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봐야 하지 않겠나.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싸워야 신념을 지킨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측에게 하고 싶은 말은.

“2년 가까이 사측은 대화보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원한다. 극단적인 노조 탄압으로 자신들의 권위만 내세우고 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 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직원들이 줄줄이 나갔지만 신규, 경력 채용도 없다. 제대로 된 지역일간지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청권 1타이틀에 취해있지만 밖에선 종이 호랑이로 불린다. 우리는 사측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