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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발행된 호외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기술의 부족으로 새로운 소식을 대중에게 바로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시민들은 역사적 사건이나 중요한 뉴스를 ‘호외’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신문사들은 정기간행물 외에 임시로 발행한 인쇄물인 호외를 거리에 배포하거나 판매해왔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사망, 연평도 포격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호외가 발행됐다. 그 외에도 호외가 간혹 발행됐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실시간 뉴스를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신문의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신문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 중차대한 사건이 아닌 경우에도 호외가 자주 발행된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이치로의 3000 안타가 터졌을 때에도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호외를 발행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 됐을 때 오랜만에 호외가 등장했다. 서울에선 문화일보와 아시아경제, 아주경제를 비롯해 일부 대안언론 등이 호외를 발행했고, 지역에서는 대전일보와 경인일보, 전남일보 등이 호외를 발행했다.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대전일보가 4페이지의 호외를 3천부 가량 배포했다.

신문사들의 호외 발행은 역사적 기록을 시민과 잠재적 독자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는 “언론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독자와 시민들의 알권리에 충실해야 한다. 호외 발행은 시민들의 알권리와 정보전달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온라인이나 모바일보다는 오프라인에 익숙한 종이신문들은 호외를 통해 잠재적 독자에게 언론사의 존재를 알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긴급 뉴스를 곧바로 알 수 있는 시대에 호외는 진부한 방식이고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뒤떨어진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호외는 흔히 볼 수 있는 찌라시와 별반 다르지 않고 심지어 호외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지난 9일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정작 호외를 본 시민들은 찾기가 어려웠을 뿐더러 호외를 본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민 정모(42·서구 둔산동)씨는 “호외는 급작스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탄핵 가결 여부는 그동안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대전일보의 호외 발행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그동안 대전일보에서 호외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왔다면 이에 대해 대전지역민의 궁금한 점을 충분히 담아냈을 텐데 심층취재를 해왔던 것도 아니고 제작만 급하게 한다고 ‘호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전일보 호외를 봤다는 장모(45)씨는 “촛불집회에서 호외를 뿌리는 걸 봤는데 사진찍기 용으로 뿌리는 거 같았다”면서 “내용도 다른 데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 아니라 다 소비가 된 소식이어서 호외가 시민들에게 과연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외 발행에 대해 지역 언론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지역언론사 기자는 “대전일보가 호외를 발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대전일보의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려 홍보한 걸 봤는데 마치 특종이라도 한 듯 너무 들떠있는 거 같았다”며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기사를 담아내 빈 수레 같았다. 호외 발행에만 의미를 둔 거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원로 언론인은 심지어 대전일보의 논조에 대해 질타했다. “그동안 정부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로 도배를 하다가 이번 탄핵안 가결을 갖고 호외까지 발행하는 건 너무한 것 같다”며 “자사 ‘신문박물관’의 보관용으로 호외를 찍었냐”고 비꼬았다.

이번에 호외를 발행한 신문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촛불로 이어진 민심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이고 차별화된 내용이 부족했고 지역민심의 청취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대전충남 민언련 이기동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실시간 중계와 온라인, SNS 등으로 탄핵에 대한 내용을 이미 접했지만 이보다 충실한 내용을 담은 호외를 발행한다면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호외가 자사 홍보용으로 그친다면 문제가 있다. 내용도 중앙의 소식보다는 지역민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담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