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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현장의 KBS 취재차량. 촛불 시민의 '니들도 공범'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KBS 노보

시민들의 분노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을 향해 있다. 그러나 분노는 국민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을 겨냥하고 있다.

지극히 편향적이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보도에 국민들이 뿔이 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노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역 방송기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3일 6만 명이 모였다는 ‘3차 대전 10만 시국대회’가 열린 대전 서구 둔산동. 집회 도중 참가자와 지상파 카메라 기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소동’이 발생했다. 한 시민이 MBC 카메라 기자에게 “제대로 보도도 하지 않는데 나가라”고 요구하며 말다툼을 벌인 것.

이 ‘소동’의 여파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김제동과 함께하는 만민공동회’에서 자신을 ‘길라임’으로 소개한 시민이 전날 벌어난 소동을 소개하며 “광화문에도 몇 번 시위를 다녀왔는데 시위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너희도 공범’이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더라. 근데 그 기자는 화가 많이 났는지 같이 싸웠다”며 “뒤에 앉아서 ‘너희도 가라’라고 소리쳤더니 ‘숨어서 말하지 말고 나와서 욕하라’고 당당히 맞섰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점점 많이 나오니 방송국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인터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그동안 ‘비 오는 날에는 소시지빵, 눈 오는 날에는 피자빵’ 이런 말을 하다가 갑자기 ‘숨어서 말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나라가 이지경이 된 것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책임도 있지만 지상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된다. 이제 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사자였던 MBC카메라기자는 다른시각과의 통화에서 “집회현장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 시민들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더 이상 이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촛불집회나 다른 집회현장에서 취재 카메라가 많이 나오는 것을 봤다. 그러나 지역 뉴스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방송을 하지 않는데 왜 취재를 나오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잠이나 한숨 자라”며 비꼬았다.

한 방송국 기자는 “그동안 집회현장 취재를 나가면 근처에 취재차를 대놓고 취재가 끝나면 바로 철수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참가자들의 눈치도 보이고 돌발행동이 걱정돼 집회현장 먼 곳에 취재차를 주차한다”며 “집회 참석자들이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의 한 취재기자는 “현장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면 어디 소속 기자냐고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촛불집회 취재 중 시민들한테 ‘여기가 어딘지 알고 왔냐’, ‘꺼져라’ 등 욕만 먹고 쫓겨나다시피 했다. 이젠 다 업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참다못한 KBS 노동조합은 최순실 방송참사에 따른 공영방송 위상 추락에 책임을 지고 8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성재호 KBS 노조 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우리도 공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국민들이 우리도 공범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어떻게 이런 국정농단이 일어날 수 있었겠냐”며 “KBS의 노조는 이를 바로잡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는 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 본부장은 “공영방송이 정권의 똥개가 아닌 국민의 충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 국민들이 한번만 더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