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들이 연이어 근거도 없는 ‘충청권 대망론’을 내세우며 유력 대선주자를 향한 구애를 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의를 내세우는 일부 충청권 의원들의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말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찾아간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나라망신을 톡톡히 하고 돌아왔다. 뭐가 나라망신인지도 모르고 본인들의 욕심에만 눈이 멀어 동네 형님격인 반 총장에 읍소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정치세력에 동조한 지역 언론들은 여전히 맞장구를 치는데 있다. 과거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기사로 도배질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지지율이 높은 지역 후보를 위해 ‘충청권 대망론’을 운운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과거 지역주의를 내세운 폐해의 잔존은 안중에도 없이 항상 과거를 답습하는 지역 언론의 치부만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충청권에선 한이 맺혀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어수선한 정국에서 지역주의를 운운한다는 게 ‘충청스럽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니 말 다했다.
정말 쪽팔리지도 않은가.
지난 10년간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 인권 개선 등을 위해 앞장서온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적 아젠다에 미래지향적인 사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멀리 뉴욕까지 찾아와 읍소하는 고향 의원들에게 혼을 내도 모자랄 판에 고맙단다. 이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고향 후배들을 줄 세우기 시작한 거나 진배없고, 오직 대선이라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최근 박연차 태광 회장으로부터 금품수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물론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확실한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충청권 대망론’의 선두주자는 고사하고 대선후보로서의 첫발도 떼기 전에 고꾸라질게 뻔하다.
반 전 총장의 외교적인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의 능력과 비전이 도탄에 빠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국내정치에 현실감이 없다’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듯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희정 지사는 한 술 더 뜬다. ‘충청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기치를 앞세우며 대통령 적임자라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안 지사의 지지기반인 충청권 표심이 과연 얼마나 자신을 향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지지율이 반 전 총장에게는 한참 뒤지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이나 안 지사의 능력과 경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과 배후세력임을 자처한 지역 언론이 함께 만들어낸 위태로운 형국에 서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지도자라는 타이틀에 맞는 비전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먼저 검증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토록 바라는 ‘충청권 대망론’이 날갯짓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날갯짓도 못한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충청민들이 떠안아야 할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