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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 신문인 대전일보, 충청투데이, 금강일보 등이 의뢰·보도한 ‘리얼미터’(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만 반 전 총장의 우세를 점쳐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연합뉴스·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유일하게 20%가 넘는 지지율(21.6%)을 보이며 반 전 총장(17.2%)을 앞섰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문 전 대표 24%, 반 전 총장17.4%. 이하 문 전 대표, 반 전 총장 순) △중앙일보(25.8%, 22.7%) △동아일보(22.7%, 18.2%) △SBS(25.1%, 18.3%) △MBC·한국경제(25.1%, 19.7%) △한겨레(27.4%, 18.3%) △매일경제·MBN(25.2%, 22.1%) △세계일보·시대정신연구소(25.1%, 21.3%)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전일보는 2일자 1면에 ‘차기 대선 潘-文 접전’이란 제목으로 반 전 총장이 23%의 지지를 받으며 22.5%의 문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8개 지방신문사 모임인 ‘한국지방신문협회(이하 한신협)’이 리얼미터를 통해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심지어 충청투데이는 반 전 총장이 10% 이상 문 전 대표를 앞선다(반 전 총장 31.1%, 문 전 대표 21%)고 보도했다. 이는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닌 충남권(대전시, 세종시, 충남·북)만으로 지역을 한정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또 금강일보는 지난 2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 4주차 주중동향’을 토대로 반 전 총장의 우세를 점쳤다. 반면 중도일보는 연합뉴스·KBS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문 전 대표의 우세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전일보가 속한 한신협과 충청투데이, 금강일보의 여론조사가 다른 언론사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반 전 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달러를 받았다는 보도가 지난 24일 터져 나왔지만 한신협의 여론조사는 22~25일 진행됐기 때문에 이 의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충청투데이의 조사기간은  이보다 앞선 20~21일 실시돼 10일이나 지나서 보도됐다 .


여론조사는 빠른 보도를 통한 속보성과 신뢰도가 생명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던 지역 신문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반 전 총장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기반인 충청을 앞세워  ‘충청권 대망론’을 더욱 크게 외치기 위한 의도적인 보도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또한 촛불정국 이후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이 문 전 대표를 앞섰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서 의구심이 더욱 든다.


이번 여론조사를 접한 대전시민 김영일(43)씨는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지지율 순위는 대부분 같았지만 지역 신문들은 다른 결과를 보도해 조금 의아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론조사는 곧바로 결과를 내보내야 하는데 미리 해놨다가 신년에 맞춰 내보낸 것 같다. 특히 열흘 전에 조사한 내용을 ‘신년특집’이라며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아쉬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에 조사 기관과 공표까지의 물리적 제한은 없다. 다만 보도하기 전 선관위 홈페이지에만 올리면 되고, 보도에 그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며 “하지만 너무 늦게 공표하면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언론들의 신년 여론조사에 대해 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대선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여론조사가 큰 잣대가 되겠냐”고 반문하며 “지역의 여론을 신경 쓰기는 하지만 시당 및 중앙당 차원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후보들이 결정되고 난 다음에 신경 쓸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