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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에 등장한 이교선·고병권 기자의 모습./해당영상 캡처


 


‘정의’ 외친 이교선·고병권 기자 결국 징계, 전국 MBC 중 유일


MBC 후배기자들을 지지하는 영상을 함께 찍었던 대전MBC의 이교선·고병권 기자가 결국 징계를 받았다. 이는 전국MBC 기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징계를 받아 더욱 논란이 크다.


두 기자는 지난달 12일 전국 MBC기자협회 소속 기자 79명과 함께 ‘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을 만들어 MBC 보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보도국장 사퇴, 해직언론인 복직 등을 촉구한 후배기자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관련 영상 보기: ‘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


그러나 ‘정의’를 외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징계였다. 지난달 열린 지역 MBC 사장단 회의에서 돌아온 이진숙 대전MBC 사장은 이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제출한 경위서를 토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주의 각서’ 징계를 내렸다. ‘주의 각서’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에 해당된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전지부(이하 대전지부)는 ‘이진숙 사장은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즉각 반발했다.


대전지부는 “정론직필을 외친 해당 기자들의 행동은 공영 방송 MBC를 되살려 보겠다는 양심적 행동”이라며 “징계 사유를 취업규칙 위반이라고 한다. 참으로 몰상식하고 궁색한 징계 사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번 징계는 전국MBC 중 유일하게 대전MBC만 단행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본사 및 다른 지역MBC는 대전MBC 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참여했지만 징계 받은 회사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왜 대전MBC만 유독 부당한 징계를 강행했는지 이진숙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성실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공영 방송 MBC를 망가뜨린 책임은 이진숙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있는데 정의를 외친 후배 기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선배 기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번 대전MBC 기자들의 징계에 대해 지역 언론계에서는 공영방송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꺾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지역 방송 기자는 “현재 MBC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며 비난을 받고 있다. 결국 시청자는 외면했고, 저조한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며 “무너진 MBC를 되살려 보자고 자발적으로 양심선언을 한 기자들이 있기에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후배 기자들을 징계하는 이진숙 사장의 행태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며 “공정 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기자들이 무슨 잘못인가.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전MBC 사측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징계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된 징계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당사자들이 재심 청구를 통해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지만 재심청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4일 서울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했던 서울MBC 3년차 막내기자 3명(곽동건, 이덕영, 전예지)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으며 사측은 이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 MBC 사측은 “노조원들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의견이 마치 사측의 의견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다수를 선전·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