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환균 대전MBC 사장 "언론의 주인은 시청자"



김환균 대전MBC 사장이 인터뷰를 통해 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다. 김 사장을 인터뷰한 사장실은 조만간 사무구조 재배치를 거쳐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한다.
김환균 대전MBC 사장이 인터뷰를 통해 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다. 김 사장을 인터뷰한 사장실은 조만간 사무구조 재배치를 거쳐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한다.


"언론의 주인은 시청자(국민)이다. 시청자는 항상 옳았다. 주민 마음에 들도록 경청하겠다."


대전MBC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김환균 사장(60)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87년 MBC에 PD로 입사해 MBC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 특별 생방송>, <MBC 스페셜>,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2008>, <PD수첩> 등 MBC의 주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그의 손끝에서 시작됐으며, PD수첩은 직접 진행을 맡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출신 김환균, 대전MBC 사장으로 취임


김 사장의 활동범위는 MBC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역을 넓혀 언론노동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을 연임할 정도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전MBC 사장으로서 또 다른 경험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언론의 음지를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전직원 78명이 근무하는 방송사 사장으로서 한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임무가 맡겨진 셈이다.


그런 그를 17일 오후 대전MBC 사장실에서 만났다. 


사실 기자는 김 사장을 현장에서 여러차례 마주한 경험이 있다. 김 사장은 언론노조위원장이던 2015년부터 대전일보와 대전MBC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갈등을 빚던 현장을 자주 찾았다. 기자회견이나 집회 가릴 것 없이 김 사장은 현장을 찾아 언론노동자에게 힘을 보탰다. 그때마다 취재를 나갔던 기자는 현장에서 그의 발언을 기사로 옮겼다.


그래서 그에게 언론노조위원장으로서 느꼈던 대전MBC와 사장이 된 지금의 대전MBC는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예상했던 대로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 사장은 "예전에는 집회를 가졌던 건물이어서인지 구름이 잔뜩 낀 이미지였다.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 어둡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건물 전체가 밝고 환한 느낌이다. 처한 상황 때문인지 당시만 해도 적폐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보니 좋지 않은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구성원들도 긍정적으로 밝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5일 대전MBC 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는 구성원들과 한명씩 만나 대화를 나눴다. 구성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과연 지역방송사로서의 책임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면담을 진행한 결과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첫 면담에 만족한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구성원들과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구성원들과 면담을 토대로 앞으로 회사 운영방향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컨텐츠 즉 프로그램이나 보도 등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적극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언론사의 기본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영적인 면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한 복안도 점차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과 첫 인사를 단행했다. 전략기획실을 신설해 미래 전략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방송 광고 외 수익 창출을 위해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도록 전략기획실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 지원한다. 예컨대 부산이나 전주의 국제영화제처럼 특정 지역만의 행사가 아닌 전국이나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사업을 해보자는 게 김 사장의 복안이다.


그는 "지금은 외부로부터 공정방송이나 공정보도를 저해하려는 압력이 없는 만큼 기자와 PD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장의 역할"이라며 "방송영상산업이 쇠퇴기에 들면서 방송사가 컨텐츠만으로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에서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을 뛰어 넘는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략기획실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 주면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인력이 충분치 않는 데 무거운 과제만을 던져 놓은 것 같은 생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갖고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통신이든 미디어라는 틀 속에서 뭉치자"


김 사장은 언론노조위원장 시절 대전을 자주 찾았다. 사진은 대전일보 노사 합의 당시 김 사장(왼쪽 두번째) 모습.
김 사장은 언론노조위원장 시절 대전을 자주 찾았다. 사진은 대전일보 노사 합의 당시 김 사장(왼쪽 두번째) 모습.
대전MBC 노사간 갈등 당시 집회와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던 김 사장.
대전MBC 노사간 갈등 당시 집회와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던 김 사장.


김 사장은 "중간 광고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풀어주기로 했다"며 "결합판매의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지역방송사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 통신 등 우리 스스로 언론이나 미디어라는 큰 틀속에서 뭉쳐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하면서 조만간 지역언론사 사장들과 만날 계획도 밝혔다.


김 사장은 중앙 MBC 차원에서 추진 중인 세종MBC에 대해서도 "세종과 대전 충남이 정치 행정 경제적으로 대한민국 전체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며, 특히 세종은 국회까지 이전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행정과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룹 전략 차원에서 MBC 세종이 중부권 방송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메가 MBC' '원 MBC'로 가기 위해 대전MBC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차원에서 저를 대전MBC로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김 사장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바로 아나운서와 구성작가들에 대한 신분상 문제였다. 최근 대전MBC와 TJB 대전방송에 근무중이거나 근무하던 여성 아나운서가 고용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또 방송작가들의 처우문제는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방송계 고질병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해법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 중"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견지한 뒤 "대전MBC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향적으로 해결하도록 애쓰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김 사장은 "자사 출신 사장이 임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반대로 외부에서 임명된 사장의 낯선 눈에 더 잘 보이는 것들도 있다. 앞으로 제 임기 동안 대전MBC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고, 먼 훗날 제가 놓은 주춧돌 덕분에 좋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출처: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05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