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한신 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

다시 만나도 좋은 대전MBC를 만들기 위해 각자 소임을 다할 것

84일간 이어졌던 대전MBC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MBC본부 노조는 72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복귀했지만 대전MBC 노조의 투쟁은 계속 이어졌다. 이후 보직 간부들의 사퇴로 이진숙 사장 체제가 붕괴되자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일선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1일 <다른시각>과 만난 이한신 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은 “대전MBC 역사상 본부 노조를 제외한 지부 단독 파업은 이번이 최초”라면서 “이번 파업은 미디어법 관련 파업,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 등과 달리 승리하는 파업을 만들어냈다. ‘성과’를 처음으로 거두게 된 것”고 설명했다.

대전MBC 조합원들의 노력, MBC 파업 중단 이끌어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KBS보다 MBC가 이번 파업을 먼저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대전MBC 조합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한신 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줄이어 사퇴했기 때문에 빠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대전MBC 노조는 대전에 있는 김원배 전 방문진 이사의 사퇴를 이끌어 냈다”면서 “김 전 이사의 자택과 그가 다니는 교회에서 투쟁을 이어간 것이 사퇴를 이끌어 낸 결정적 이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MBC의 변화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은 본부 파업이 중단됐음에도 단독파업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한신 지부장은 “본부MBC 파업은 끝나도 대전MBC의 변화를 바라는 조합원이 많았다. 이번에는 꼭 바꿔야하고, 조직문화·내부적폐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가 뜨거웠기 때문”이라며 “이는 보직자들이 스스로 물러나는데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만일 단독파업을 하지 않았으면 조합원들이 현장을 복귀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직자 대거 사퇴는 이진숙 체제 종말현장 투쟁은 계속

그러나 보직자 사퇴만으로 파업 잠정중단을 선언한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파업의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이한신 지부장은 “보직자의 대거 사퇴는 결국 이진숙 대전MBC 사장 체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많은 조합원들이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이진숙이 퇴진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 이제 현장에서 싸워도 문제가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더라도 내부에서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투쟁의 수위는 파업 전이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전MBC만의 단독파업좋은 선례 될 것

대전MBC 노조의 단독파업에 대한 성과로는 ‘선례’를 만든 것을 꼽았다. 이한신 지부장은 “과거 서울에서 낙하산 사장이 내려올 때 노동조합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MBC를 망친 이진숙 사장을 무너뜨렸다는 좋은 ‘유산’을 남길 수 있게 됐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행여 다시 파업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우리가 2017년에 그렇게 싸웠다’며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사실 2017년 이전의 대전MBC는 지역의 공영방송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는 결코 이진숙 사장 체제의 문제만은 아니”라면서 “구성원들이 이번 파업 과정에서 철저한 자기반성을 이어갔다. 현장에 복귀했을 때에는 지금과는 다른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이뤄진 파업”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이사 및 경영기술국장과의 담판가장 기억에 남아

이한신 지부장은 이번 84일의 파업 기간 중 김원배 방문진 이사의 사퇴와 경영기술국장의 보직사퇴 등을 이끌어낸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김원배 이사를 만나 진심 어리게 호소했다”며 “결국 김 이사의 사퇴를 이끌어냈고, 이는 MBC 파업 중단을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경영기술국장을 설득해 보직사퇴를 이끌어냈다”며 “이는 다른 보직자들의 사퇴로 이어졌고 대전MBC 파업은 이를 계기로 중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파업 초기 구호 한 번 외치는 것도 힘들어하던 조합원들이 용기 있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 아쉬워

이한신 지부장은 이번 파업 과정 가운데 ‘지역 언론의 외면’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방송사인 KBS와 MBC가 장기간 파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의 몇몇 인터넷 언론을 제외한 주류 언론사들은 두 공영방송사의 파업을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시청자와 지역민들에게는 왜 우리가 파업을 하는지 설명해줘야 했다”면서 “지역 언론의 카르텔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역 주류 언론이 두 공영방송의 파업을 외면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백서 제작조합원 의견 수렴 통해 갈등 봉합해 나갈 것

파업은 종료됐지만 대전MBC의 갈등과 남은 숙제는 산적해있다. 이에 대한 복안으로 이한신 지부장은 ‘파업 백서 제작’과 ‘조합원 의견 수렴’을 꼽으면서 “각 부문별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대전MBC의 과오를 기록으로 남겨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가 크다. 이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야 할 점과 바라는 점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생각을 모아 신임 사장에게 전달, 문제와 갈등을 봉합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 권익 보호자사 출신 사장 선임조직개편 필요

이한신 지부장은 향후 대전MBC의 과제로 시청자 권익 보호, 자사 출신 사장 선임, 조직개편 등을 꼽았다. 그는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신뢰도 1위를 사수하던 과거의 MBC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지역에 파장을 줄 수 있고, 기다려지는 대전MBC를 만들어야 한다. 시청자들도 분명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선임될 신임 사장은 대전MBC 출신이어야 한다. 자사 사장의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내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할 자사 사장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인원에 비해 방대해진 조직을 정리할 필요도 있다. 인원은 적지만 보직자는 많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차기 사장무너진 대전MBC 시스템 재건해야

차기 사장은 무엇보다 대전MBC 시스템을 재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한신 지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진숙 사장 체제에서 무너진 대전MBC의 이미지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정상화 하는 것이 차기 사장의 중요 과제”라면서 “서울MBC의 수직적인 업무지시로 인해 대전MBC의 자율경영 자체가 사라진 지난 9년간 구성원들의 자괴감은 높았다. 사라진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되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내부적인 관계에서도 무너지고 끊겨버린 노사관계의 정상화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시청자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경영자로서 여러 가지 비전을 제시하는 부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MBC 정상화에 최대한 협조파업 정신 잃지 않을 것

이를 위해 노조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이 이한신 지부장의 각오다. 그는 “대전MBC 노조는 차기 경영진이 대전MBC를 정상화 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고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시와 견제 역할 다 하겠다”면서 “조합원의 권리가 침해된 부분을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긍지를 느끼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 “현장으로 돌아가는 기자, PD 등 제작부서원들은 입을 모아 이번 파업 정신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서 “이번 파업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다시 만나도 좋은 대전MBC’를 만들기 위해 각자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