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는 4일 총파업 앞둔 이한신 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

 

2012년 1월 3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파행 보도의 원인인 보도국 간부 교체와 공영방송 회복의 가치를 두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170일간 총파업에 들어갔으며 방송사 역사상 최장기간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MBC는 변화하지 못했고, 이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4일부터 사상 최대의 파업에 돌입한다.

1일 MBC 총파업에 앞서 <다른시각>과 만난 이한신 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장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권 9년 동안 MBC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고, 공영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면서 “이번 총파업은 망가진 MBC를 어떻게든 재건하겠다는 구성원들의 몸부림이다. 구성원들의 절박함이 열외인력을 두지 않은 전면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 전과는 다른 전국 동시 파업낙하산 사장 몰아낼 것

MBC는 5년 전인 2012년, 서울에서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뒤늦게 파업을 시작해 128일 동안 파업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전국이 동시에 파업을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파업은 MBC본부는 물론 전국 18개 지부가 오는 4일 00시부터 동시에 파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파업은 지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 구성원들도 과거와는 파업에 임하는 대오가 다르다”며 “특히 김장겸 사장은 물론 전 사장들이 지역사회에 심어놓은 이진숙 대전MBC 사장 등 ‘낙하산 사장’들이 꼭 물러나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역대급’ 투표율과 찬성률‘MBC 다시 세우자는 열망이 숫자로 나타난 것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나온 투표율과 찬성률에 대해 이 지부장은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투표에는 조합원 가운데 95.7%가 참여했고, 찬성률은 93.2%라는 ‘역대급’ 수치가 나왔다”며 “지난 2011년 파업 찬성률인 71.2%, 2016년 파업 찬성률인 85.4%에 비하면 정말 압도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전MBC 지부 조합원들은 100%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사측에서는 ‘파업에 참여할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 등으로 노조와 구성원들을 압박했지만 ‘MBC를 다시 세우자’는 우리의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며 “대전MBC 지부의 조합원 52명(육아휴직자 1명 제외)은 전원 파업에 참여한다. 과거와 달리 필수인력도 남기지 않고 언론부역자들의 퇴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MBC 보직자 사퇴 줄이어...대전은 아직 보직자 사퇴 없어 아쉬워

이번 파업에 돌입하기 전 서울MBC의 보직 간부 가운데 30% 넘게 사퇴했다. 이 지부장은 이러한 사실을 전하며 “지난 6월 사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구성원이 이진숙 사장의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전MBC의 보직자들은 아직 아무도 사퇴하지 않았다”며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하는 보직자도 있다. 보직에 있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는데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언제든 노조는 기다리고 있겠다”고 밝혔다.

김장겸·고영주·이진숙 퇴진할 때까지 투쟁자사 출신 사장 만들기 위해 노력

이 지부장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의 퇴진은 물론이고 이진숙 사장 등 지역MBC 사장의 용퇴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차기 지역MBC 사장은 자사에서 배출한 사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와 관련한 선전전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디어오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 가운데 60.3%가 김장겸 사장과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 옳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김장겸 사장이 최근 보인 행태를 살펴보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듯하다”면서 “우리도 끝까지 투쟁하겠다. 이진숙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파업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KBS와 함께 두 공영방송 파업이진숙·정지환 몰아내겠다

또 이번 파업이 특별한 점은 MBC 뿐만 아니라 KBS의 양대노조가 함께 파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오는 4일 MBC의 파업이 시작되는 동시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일명 KBS 2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 이후 7일에는 KBS 노동조합(일명 KBS 1노조)도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는 4일 지역에서 유일하게 대전에서만 언론노조 산하의 양 공영방송 노조가 총파업 출정식을 함께 연다. 이 자리에서 대전MBC의 이진숙 사장, KBS대전방송총국의 정지환 총국장 퇴진을 함께 요구할 것”이라면서 “최대한의 파업 동력으로 이들을 꼭 퇴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투쟁 의지 높아최대한 짧고 굵게 파업 끝낼 것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 동안 매달 받던 월급도 받지 못한다. 노동법상 합법적인 파업이라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MBC 구성원들에게는 걱정보단 ‘변화의 열망’에 대한 의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지부장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전하며 “사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짧고 굵게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번 파업에서는 단 한사람도 대오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대전MBC 지부의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조합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MBC의 재건”이라며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길지 않게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시민들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빠르게 파업을 끝내고 정상화된 MBC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과 함께하는 파업 만들겠다활발한 선전전 진행할 것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대전MBC 지부는 시민사회단체·노동계 등과 연대할 계획이다. 이 지부장은 “현재 파업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와 함께 연대투쟁을 펼쳐갈 것”이라며 “일단 오는 4일과 8일 상경집회에 참여한 뒤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파업은 선전전에 주력할 예정이라는 것이 이 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지역에서도 이러한 집중집회를 매주 열 계획”이라면서 “주요 지역과 대학에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선전전을 펼치고 집회와 문화제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영화 ‘공범자들’을 단체 상영하고, 야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언론의 파업보도 외면서로서로 보험’ 드는 것 아닌가

지역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지부장은 “지역의 유력 언론 가운데 단 한 곳도 이번 파업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지역 언론이 양 공영방송의 파업을 덮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며 “대전에서는 유독 기자회견과 큰 행사를 많이 했지만 대다수의 언론이 침묵했다. ‘우리 언론사에 문제가 생기면 보도하지 말아줘’라는 ‘보험’을 서로서로 드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따름”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또 “MBC와 KBS가 파업을 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시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채널권이 제한 된 것이다. 노조의 파업을 홍보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왜 파업을 하는지, 파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도는 설명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언론 내 유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죄송사랑받던 MBC로 돌아가겠다

이 지부장은 이번 파업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솔직히 시청자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저희가 시청자들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내려놓고, 알권리와 볼권리를 침해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어서 죄송할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이번 파업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진행된다. 과거 영광스러웠던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정상화 시켜서 국민들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가겠다”면서 “MBC의 파업을 지지해주시고 때로는 함께 문화제에 나오셔서 응원해 주신다면, ‘만나면 좋은 친구, 사랑받는 MBC’로 다시 되돌려 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