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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전국언론노조 TJB대전방송지부 위원장은 12일 <다른시각>과의 인터뷰에서 "TJB는 성장방향에 대한 갈피를 못 잡는 기업체로 젊었던 방송이 노화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유병호 전국언론노조 대전방송지부 위원장 인터뷰

 

“TJB 사세는 지난 22년간 250% 성장했지만 직원 임금은 고작 20%밖에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지역 민영방송사인 TJB대전방송은 지난 22년 동안 250%의 성장을 이뤘지만 종사자들의 임금은 고작 20% 가량 올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TJB는 1995년 KBS·MBC만의 수십년째 이어온 양강 체제의 방송형태에서 벗어나 지역 토착방송을 뿌리내리겠다는 가치를 내걸고 탄생했다. 

지난달 11일, 이러한 TJB의 노동조합 수뇌부로 유병호 위원장이 연임됐다. 유병호 전국언론노조 대전방송지부 위원장은 12일 <다른시각>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는 충분히 성장했지만 종사자들의 임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과거에 비해 자긍심 등이 줄어들었다”며 “또한 성장방향에 대한 갈피를 못 잡는 기업체로 젊었던 방송이 노화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진행해 오던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해 연임 결심”

TJB 창사와 함께 1995년부터 근무해온 유 위원장은 2015년 10대 노조위원장에 이어 올해 11대 노조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작년부터 이어온 임금피크제 협상, 단체교섭, 2016년 임금교섭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임기를 끝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판단했다”라며 “단독 후보로 출마, 87%의 찬성률로 재신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위원장을 맡으면서 유 위원장은 일방적인 경영주의 논리를 타파하는데 노력했다고 한다. 유 위원장은 “자산규모가 늘어난 만큼 임금이 올라야 하는 건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임금을 거의 동결해 왔다”며 “첫 해 임금협상을 하는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달라고 했으나 1.5%의 임금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후 ‘임금피크제’를 두고 사측과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사간의 ‘대원칙’은 합의가 됐다고 한다. 유 위원장은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늘어난 2년의 정년에 대해서는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대원칙은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2년간 임금인상, 호봉인상, 퇴임시점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단체교섭과 임금교섭 등이 순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협약, 현재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맞출 것”

임금피크제 논의가 끝난 후 유 위원장은 회사와 만료된 단체협약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유 위원장은 “이번 협상은 단체협약에 들어있는 불법적인 요소들을 상위법 수준으로 맞추는 것”라며 “현재 단체협약에는 비 보직 부장들의 노조 가입 제한, 성과배분주의 독소조항, 시간외수당에 대한 불평등 조항 등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단체협약 협상 이후에는 지난해 못했던 임금협상까지 남겨두고 있어 유 위원장의 올 한해도 숨돌릴틈 없을 듯하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인데 이 이상을 관철해 나가겠다”라며 “1%를 올린다 해도 겨우 임금 동결이나 다름없다. 물가상승률보다 상회하는 임금협상으로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22년간 회사 자산은 250% 증가, 임금은 20% 남짓 증가”

인터뷰 내내 유 위원장은 직원들의 낮은 임금인상률에 대해 아쉬움을 쏟아냈다. 유 위원장은 “1995년 TJB가 처음 만들어질 때 300억원의 자본으로 시작했다. 이 자본은 현재 800억원 이상으로 2.5배나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직원들의 연봉은 신입사원 초봉 기준으로 20% 남짓 인상한 것에 대해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250% 성장했지만 직원들의 월급은 20% 인상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자산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임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했을 때 동결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또 복지혜택은 점점 삭감되고 있다”며 “결국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기업체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것이 노동자들의 환경을 점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임금수준의 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산별노조와 대응하겠다”

정규직이 점점 비정규직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유 위원장은 “전체 민영방송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방송의 외주화’로 인한 CG, 뉴스PD 등의 분야에서 비정규직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개별 노조로 대응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유 위원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해야한다. 일제히 실태조사를 펼친 뒤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맞는 것 같다”며 “자체적인 문제 제기는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시스템 문제가 고착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각 지부의 힘으로 바꾸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역 밀착형 방송의 질적 하락, 지역민의 외면 받을 것…법·제도 개선 필요”

지역 방송의 어려운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유 위원장은 “현재 로컬프로그램(지역민영방송 자체 방송프로그램)의 편성률이 31% 정도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순수하게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10%대에 머물고 있고 나머지는 ‘경영상의 이유’로 외주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은 결국 지역 밀착형 방송의 질을 떨어트리고 지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지역 민영 방송에 대한 시스템의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서울 지상파와 지방 지상파를 똑같은 규제와 똑같은 제도로 운영하다 보니 규모의 차이가 너무 커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지역방송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언론노조, 지역언론학회 등이 연대해서 세미나를 열고 학회를 열어 법과 제도 개선에 대한 개선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동자를 비용으로 치부하는 행태, 근절해 나갈 것”

그는 향후 2년간 위원장을 맡으며 노조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고 싶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회사 성장의 발판은 노동력에 의해서 이뤄져 왔다. 그러나 회사가 직원들을 단순히 수단으로 여기고 비용으로 여기는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히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그는 “직원들은 인생 전체를 회사와 계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불합리한 징계 특히 해고”라며 “직원들의 신분안전보장을 확실히 이뤄 가겠다. 또 해고가 발생한 다음 법으로 구제하려면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미리 대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분석 등 회사의 구조와 시스템을 파악해 직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병호 전국언론노조 TJB대전방송지부 위원장 약력

1966년 대전 출생 
충남고 졸업 1984
충남대 회계학과 졸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 졸

1994년 대전일보 취재기자 입사
1995년 TJB 공채 1기 기자 입사
2005년 PD로 전직
2015 년 언론노조 대전방송지부 10대 지부장 취임  및 11대 지부장 연임(2017~)

2015~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 의장
(사)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 010-5408-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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