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가 '지역방송의 미래가 있을까?'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대전MBC노조, ‘지역 시청자와의 대화’ 공청회 개최

김재영 교수 초청 특강 ‘지역방송의 미래가 있을까?’ 

84일 간의 파업투쟁을 마치고 업무현장으로 복귀한 대전MBC 노조가 새 출발을 위한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지부(지부장 이한신)는 8일 오후 대전MBC 1층 공개홀에서 ‘RE-START!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 대전MBC에 바란다’ 공청회를 개최했다. 

1부에서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가 ‘지역방송의 미래가 있을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2부에서는 노동과 환경, 언론, 여성, 정치, 사회 등 각 분야 6명의 지역 시청자가 참여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김재영 교수는 특강에서 “방송 산업 전체의 매출과 점유율은 매년 성장을 하고 있지만 지역방송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본사에 종속된 수직적 관계”라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프로그램 경쟁력은 악화됐고,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결국 경영적 어려움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침체된 조직문화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직원 간 소통과 경쟁이 부족하다보니 체념하게 되고 위계적 관료문화로 추락했다. 그러다보니 방송사 구성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마저 사라졌다”며 “하지만 이번 파업이 지역 방송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의 자율성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승호 신임 사장도 지역 사에 자율권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 방송의 정상화 없이는 공영방송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뜻과 같다”며 “지역 방송은 참여와 개방, 공유를 통해 판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지역 사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사장선임추천제를 도입해 시민참여형 면접을 실시하고, 정책발표를 생중계로 공개해야 한다”며 “그동안 서울 사장이 임명한 바지사장 보다는 지역을 잘 아는 자사 출신 사장이 배출되면 지역 밀착형 보도와 프로그램이 많이 발굴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분야 6명의 시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지역 밀착형 보도와 프로그램이 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각 분야 6명의 시청자들이 ‘대전MBC에 바라는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지난 9년을 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내부의 다짐과 약속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떠난 국민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 대표로 나온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은 “그동안 유성기업과 관련 제대로 보도한 방송이 없었다. 대전MBC도 우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그러니 처절하게 당하는 우리의 모습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었겠나. 앞으로 외면받는 노동자에 대해 제대로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성호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저지 시민대책위원장은 “이번 파업에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론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며 “언론은 시민들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보도해야 한다. 대전MBC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라고 하는데 그동안 MBC는 친구였던 적이 없었다. 오피니언리더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으면 불러주지도 않았고 참여할 수도 없었다”며 “그보다 보통 사람들 특히 골목 단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을 조명해주면 좋겠다. 행복지수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방송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MBC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현숙씨는 “대전MBC 구성원들은 시청자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엠빙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라크 대사 인터뷰, 중동 영화제 주요 이슈, 지역 기관장 첼로 연주 등을 보며 너무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역 시청자들이 이렇게 무시당해야 하는지, 지역 뉴스로서 합당한 뉴스인지, 개선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며 “마땅히 비판받고 책임자는 처벌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앞으로 지역민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한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학생은 “충남대 축제기간에 교내에서 파업이벤트를 가져서 대전MBC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국민들의 언론 수용이 많이 달라졌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공영방송으로서 무너진 신뢰도와 저널리즘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명의 시청자 의견을 청취한 대전MBC 구성원들은 한 목소리로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이교선 기자협회장은 “그동안 부끄럽고 치욕스러웠다. 만들기 싫은 뉴스를 만드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9년을 버텼다”며 “꾸짖음 받고 다시 시작하겠다. 모두가 공감시킬 수 있는 뉴스를 만들겠다. 비판자로서 많은 애정을 갖고 채찍질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김학철PD는 “그동안 PD의 의지보다 이진숙 사장에 의해 손이 많이 탄 프로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자율적으로  만드는 사람도 신이 나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한신 노조지부장은 “현업에 돌아가는 구성원들이 반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직종을 떠나서 우리는 모두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소신을 버리지 않고 지역민의 신뢰를 받는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