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70928_182744044.jpg지난 26일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국정원 앞에서 언론파괴 공작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역 언론을 향한 이명박의 검은손’ 실상에 경악

지난 과오 인정언론적폐 청산 지름길

온 나라가 적폐청산 화두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작된 적폐청산 운동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언론파괴 공작인 국정원의 여론조작·방송장악문건 등이 박근혜 정부를 거쳐 최근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민주주의를 뿌리 채 뒤흔들었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 과제는 국정원을 이용한 여론조작이었다. 큰 줄기는 온·오프라인 여론조작을 통한 언론장악이다. 또 치밀하고 광범위한 조직적 여론조작에 의해 박근혜 정권이 출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사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최근 국정원이 공개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문건(2010년 2월16일 원세훈 지시로 작성)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2010년 5월 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 작성)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이용해 방송을 통치하며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현재 양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전면파업이 정당성을 인정받는 이유다. 일부에선 정치보복이라는 주장과 함께 케케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비정상을 정상화시키자는 명분을 앞서기엔 여러모로 부족해 보인다.

이 모든 중심에 언론이 있다. 국정원에 의해 길들여진 어용 언론들은 민심과 여론의 향방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심지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로 설립된 온라인매체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오직 정권은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충직한 개가 된 언론은 밥벌이에만 몰두한 나머지 민심을 받들어야 하는 본분을 망각했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그런 언론이 지금도 떡하니 고개를 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 검은손이 지역 언론에도 드리워진 사실이 7년 만에 알려졌다. 대전일보와 TJB대전방송의 전 보도 책임자들의 양심 고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지역 언론을 이용한 여론조사 결과마저 덮었다. 하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을 잘 아는 사람들은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어디 이뿐이었겠는가”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7년 전 일을 지금에 와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지역 언론의 진실이 소환되고 있는 사실은 언론 적폐 청산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환영받을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지난 과오를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다면 그동안 지역 언론이 내세운 ‘밥벌이 동정심’마저 외면당할게 불 보듯 뻔하다.

언론은 ‘국격(國格)의 거울’이다. 문재인 정부도 전 정권의 적폐를 교훈 삼아야 한다. 언론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선심성 행동과 인기몰이에 올인하지 말고 정확한 제도와 시스템 도입, 입법 등을 통해 무너진 국격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